인터루드 2
인연법과 마음공부 중에서
"꽃은 아무 때나 피지 않습니다. 자기가 피고 싶다고 하여 아무 때나 마구 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가 피고 싶을 때 꽃이 핀다면 이 우주 법칙은 우습게 돌아갈 것입니다."
아니, 꽃은 마음대로 필 수도 있다. 그런가, 하고 피면 그냥 미친 꽃, 수정되지 못하는 꽃, 서리에 지는 꽃이 될 뿐이다. 꽃의 의미와 기능을 다하지 못할 뿐이다.
나라는 꽃은 아무 때나 피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피어야 할 때 피지 못하고 앞으로도 피지 못할 꽃일까. 이제야 피고 싶어 꽃봉오리를 열심히 올리고 있는 나는 불안한 마음이 있다. 이대로 피지 못하는 걸까.
이 글을 보고 처음에 든 생각은 꽃은 아무 때나 피지 않으니 나의 시기를 기다리는 거겠지, 라며 긍정적으로 마음을 북돋아 주는 글로 보였다.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시기를 놓친 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둘 다 어차피 내 마음속의 번뇌라면 나는 그냥 아무 때나 피지 않고 이제 시기를 맞아 피는 꽃이 되련다.
어차피 늦은 꽃이라면 이제 때를 맞은 꽃이 되어, 모두와 예쁘게 만발하지는 못해도 늦게 피어 계절에 빨리 지고 조금 쭈굴쭈굴해 보일 수는 있어도 그래도 피어서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누구보다 멋지게 피워내고 싶은 것이 아니니까. 나는 나의 시기에 나의 꽃이 그저 알맞게 피어 그 자리에서 쓰임을 다할 수 있기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