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자

by HhyunKn



손이 아플까

벽을 내리치지 않는 것에서

사람이 얼마나 얄팍한지 알 수 있다

치면 부서질곳만 찾아

화를 쏟는 것은

비겁하다


화면을 켜면서 잊힐 일이면

그럴만한 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실체 없는 분노를 휘두르는 건

코를 쥐어말고 도망치는 것과 같다

생각하는 가장 낮은 것에도

등을 보이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을

비겁자로









정말 하찮은 일에 불쑥 분노가 끓어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짧은 분노를 주먹에 담아 무엇이든 뭉개버릴 듯이 눈을 부라리다가도 밥솥은 밥을 해 먹어야 돼서 안되고, 로션은 터지면 치우기 힘드니까 안되고, 키보드는 비싸니까 안되고, 벽은 아프니까 안되고 하는 생각이 드는 꼴이 우스워집니다. 부술만한 것을 헤아리는 꼴은 비겁하기까지 합니다.

잠깐이 지나고 털썩 앉아서 유튜브를 켜 영상을 보는 순간 격했던 분노는 잊히고 없습니다. 가수 이찬혁의 『무엇에 분노했었나 친구여. 처음부터 그럴 만한 게 없었지.』라는 가사에 심히 부끄러웠던 것은 제 감정의 실체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평소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행태를 보이진 않았나 하는 섬찟한 의문과 강렬하고 파괴적인 에너지에 비해 한없이 비겁하고 추잡한 근원을 적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피어오르는 하루입니다.


모든 감상평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