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도 없이 어두운 내 방을
문득
네가 비추고는 사라진다
망연히 멈춰 있다가
그 잔상을 좇아 이내
어둠을 더듬어 불을 밝힌다
그 안에서 나는 천천히
향기를 담을 화분 하나
무심히 끄적일 연필 하나
잠을 쫓을 커피 한 잔
사색에 잠길 책 한 권
아름다운 그림 한 장으로
네가 깨운 방 안을
다시 나에게 길들인다
비로소 나의 방이
나의 별이 되어
다른 어둠을 밝힐 때까지
나는 천천히
내 방을 길들인다
어린왕자에서 읽었던 '길들인다' 라는 말의 의미를 되내입니다. 길들인다의 사전적의미는 '어떤 일에 익숙하게하다' 입니다.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은 나에게 누군가를 익숙하게 하는 것. 나의 성격, 나의 습관, 나의 좋고 싫음에 익숙하게 하는 것. 순종이 아닌 그저 상대에 맞게 자연스럽게 모양이 변하는 것.
내 세상에 상대를 투영해서 보기 시작하는 것. 상대의 특징들에 익숙해지는 것. 상대의 특징이 묻어나는 세상의 어떤 곳에서도 상대를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것. 그리고 그 특징이 소중해지는 것. 상대가 소중해지는것.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길들임은 특히 서로에게 이루어질 것 입니다. 내가 상대를 하나하나 살피게 되고 소중해지는 만큼 상대도 나를 하나하나 살피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에 나만의 특징이 없다면, 즐기는 취미가 없고 아끼는 물건이 없고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없다면, 길들임은 일방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점점 사랑이 아니게 될 수 있겠죠.
그래서 그 길들임이 상대방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먼저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안의 나만의 방을 청소하고 꾸미고 키워나가는 것.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한 것. 나를 길들인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들여다 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에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을 깨워주는 인연, 그에 대한 감사함과 다른 누군가에게도 감사함을 나눠 줄 수 있도록 소중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