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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Mar 11. 2024

오스카 레드카펫에 등장한 빨간핀

#artist4ceasefire 휴전을 이야기하다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미국에서도 유명 스타가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고 반향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국내에서는 더욱 조심스럽다. 특히 큰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운데 최근 미국의 테일러 스위프트 사례나 우리나라의 영화 <건국전쟁>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 선거 및 선거 운동에 참여하는 대중스타를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자의 반 타의 반 ‘폴리테이너’로 포지셔닝되는 순간 본인의 신념과 함께 안위, 거취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빨간 배지”를 단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가수 빌리 아일리시, 배우 마크 러팔로, 최근 영화 <가여운 것들>에 출연한 레미 유세프 등 많은 스타들이 상의에 빨간 배지를 달고 레트카펫을 밟았다. 

출처 :women's wear daily

그렇다면 이들이 착용한 빨간 배지는 무엇일까?


이들이 단 빨간 배지의 정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유명인사 및 엔터테인먼트 구성원 그룹인 ‘Artists4 Ceasefire’을 의미하는 핀이었다. 빨간색 원 그리고 하트가 그려진 손이 특징인 이 핀은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 모든 인질의 석방, 가자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상징한다. 이들 ‘Artists4 Ceasefire’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동참을 유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참여 및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https://www.artists4ceasefire.org/ )

사이트에 들어가면 바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전문이 실려 있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친애하는 바이든 대통령님,

우리는 예술가이자 옹호자로서 함께 모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참혹한 인명 손실과 공포를 목격하는 인간으로서 함께 모였습니다.(중략) 

우리는 미국이 고통을 종식시키는 데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미국 의회, 유니세프, 국경 없는 의사회, 국제적십자위원회 및 기타 많은 단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탤 것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입니다. 유니세프의 말을 되풀이하자면, "동정심과 국제법이 우선해야 한다."(중략)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침묵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이야기를 말하기를 거부합니다. 마틴 그리피스(Martin Griffiths) 긴급구호국장은 유엔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미국에서 스타들이 정치, 인권, 불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적이 처음은 아니었다. 미국의 이권을 위한 글로벌 경찰 역할에 대한 비판, 인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 등에 대해 많은 스타들이 목소리를 냈고 , 아일랜드 그룹 U2의 리더인 보노는 전 세계 최고의 스타이면서 동시에 소수민족 인권 옹호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이번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에 대해서 만큼은 미국인들이 외면한 것도 사실이다. 이스라엘과 얽힌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논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지난달 개최된 그래미에서 소감과 함께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애니 레녹스가 목소리를 내며 시작됐고 이번 아카데미로 이어졌다. 아티스트포시즈파이어가 바이든 정부에 보낸 휴전 촉구 서한에는 브래들리 쿠퍼, 드레이크, 케이트 블란쳇 등 400여 명 유명인이 이름을 올렸다. 서한에서 아티스트들이 언급한 것처럼 “역사는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역사가 지켜보고 있어서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어린이들이 봉쇄로, 폭격으로 인해 마시지 못하고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 폭격으로 부모님을 잃고, 집을 잃어 간이 천막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절박한 상황인 것이다. 


아주 오래전 “WE ARE THE WORLD”가 있었고 이어져 “BAND AID”가 있었다. 그들이 잘하는 노래를 통해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을 돕고자 한 것이다. 이제 그보다 더 큰 관심과 단결된 목소리가 필요한 때이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에서 들려온 그들의 결의가 부럽다. 폴리테이너라 욕하지 말자.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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