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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Mar 11. 2024

심신단련할 수 있는 최고의 도서관 – 다산성곽도서관

도서관 이야기#2 - 정원과 성곽을 품은 도심 속 작은 도서관

계절마다 찾을 이유가 있는 핫플 도서관이 있다. 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남산구간 성곽길 끝자락에 위치한 자연친화적 도서관, 다산성곽도서관이다.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책을 읽는 것이 우선이고 더불어 자기 계발, 정보탐색 등이 있을 텐데 최근 들어서는 힐링, 문화생활의 일환으로 찾는 이들도 많다. 힐링은 목과 마음을 아우른다. 그런 측면에서 

다산성곽도서관은 선조들이 말씀하신 심신단련에 최적인 도서관이다. 도서관 위치를 보면 이해가 간다


서울 성곽길은 약 18.6km로 서울을 에워싼 4개 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따라 축조됐고 4대 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과 4 소문(광희문, 혜화문, 창의문, 소의문)을 포함한다. 산을 따라 만들어졌으니 당연히 높은 곳에 위치한다. 다산성곽도서관은 이 중 광희문 근처에 있고 남산을 포함 중구, 성동구, 종로구, 동대문구까지 한눈에 조망이 가능한 높은 곳에 위치한다. 자동차로도 갈 수는 있지만 걸어간다면 몸을 괴롭혀 꽤 많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래도 도서관 가는 특별한 여정이 펼쳐진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숨이 턱에 찰 때쯤 성곽이 보이면 그곳에 도서관이 있다. 심신을 수양하기에 이 만한 도서관이 없다. 일단 오르면 그다음은 ‘뷰맛집”을 맛볼 수 있다. 도서관 바로 앞에 성곽길을 마주하고 있어 혼자 걸으며 사색하기에 최적인 나만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잘 만들어진 중정 같은, 혹은 식물원 같은 공간이 반긴다. 몸을 단련했는데 초록의 정원이 눈은 밝게 머리는 맑게 만들어준다. 그 주위를 둥근 곡선으로 두르며 서가가 배치돼 있다. 그 뒤에는 숲 속 오솔길 모양의 회랑이 책들을 안내한다. 회랑 옆으로 난 작은 창들 사이로 봄날 햇볕 한 줌이 들어오고 작은 액자 속 글귀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방문객들을 배려한 동선이 참 맘에 든다. 

비치된 도서들이 장서라 할 만큼의 수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한국십진분류표에 맞춰 잘 정리돼 있다. 

문학 서적은 3층에 따로 배치돼 있는데 여기가 이 도서관의 여러 명당 중 최고다. 마루 같은 좌식 공간에 앉아 책을 펼치면 큰 액자 같은 통창으로 성곽길과 남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 읽기에도 최적이지만 ‘멍 때리기’에도 이만한 데가 없을 것 같다. 사계절 모두 예약해 놓고 차지하고 싶을 만한 공간이다.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초록이 성곽을 두르고 이어 단풍이 지고 눈이 내리는 걸 그려보니 더욱 갖고 싶은 공간이 됐다. 

3층의 “좋음”은 노벨문학상 구역이 있다는 것이다. 연도 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잘 소개돼 있다. 각 층의 구성이나 배치, 쓸모 있음이 방문객이 책 읽기에 진심이도록 그리고 시간과 풍광을 누리도록 한 배려가 참 고맙다.  

내부의 곡선, 오솔길 구조와 마찬가지로 외관도 주변 환경 특히, 한양성곽과 잘 어울린다. 적당히 한옥을 들여 살리고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게 하였으며 밖에서도 도서관을 바라보는 맛을 주고 있다. 안에서 살포시 비쳐주던 자연채광의 오롯한 맛이 밖에서도 느껴진다. 

올 해도 더운 여름이 될 텐데, 이곳이 다가올 여름에 대처할 최고의 피서지가 될 듯싶다. 심신을 수련하는 마음으로 언덕길을 올라 책을 보다 성곽길을 걷고 그러다 안에 들어와 책 읽고. 21세기 신선은 이렇게 살 것이다.  

어린 신선들이 독서 토론을 하고 있었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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