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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t Mar 27. 2024

제주도에는 초록 보물섬이 있다.

초록이 숨을 쉬는 교래곶자왈

나에게 제주도는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최고의 여행지고 그 주역은 뭐니 뭐니 해도 오름과 곶자왈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오감 중, 오롯이 시각에 집중하자 작정을 하고 ‘교래곶자왈’을 택했다. 곶자왈은 제주도 동부, 서부, 북부에 걸쳐 분포하는 화산 지형으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교래곶자왈’은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있고 주변에 ‘사려니 숲길’, ‘절물휴양림’ 등이 있어 제주도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장소로 추천한다. 

비가 꽤 오는 날임에도 오래간만에 마주할 곶자왈이 뿜어낼 초록에 대한 기대로 아침부터 괜스레 설레기까지 했다. 숙소인 에코랜드호텔을 빠져나와 몇 분 내에 교래곶자왈에 도착했다. 매표소 직원의 날이 궂어 길이 많이 축축한데 괜찮겠냐는 말을 뒤로 하고 생태탐방로, 오름산책로 갈래길 앞에 섰다. 전날 힘들게 “물영아리오름”을 다녀와 주저 없이 생태탐방로를 택했다. 어른 걸음으로 1시간 30분 내외면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몇 걸음을 들어가니 이내 기대감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의 초록의 대향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곶자왈은 대체로 암석이 불규칙하게 쌓여 있고 습도가 높은 특성이 있는데 비까지 오니 그 특색이 더 잘 드러나 보였다. 원시 형태의 고사리와 불규칙한 바위와 제멋대로 자란 나무들을 덮은 초록 이끼가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좁은 산책로에 서서 사방에 펼쳐진 초록을 눔에 담으려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건넨다. “아바타를 보는 거 같아.” 제임스 카메론이 곶자왈을 다녀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게는 영화 속 CG보다 지금 내 눈앞의 녹색이 훨씬 더 큰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빗방울을 머금은 이끼에 살며시 손을 대본다. 한 알 한 알 맺힌 그 아래 녹색은 그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폭신한 초록을 느끼게 해 준다. 

비는 여전히 내리는데 이 초록 정원에서는 마치 미스트처럼 여겨진다. 곶자왈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다. 우비를 깔고 벤치에 앉아 ‘곶자왈멍’을 시작했다. 너무도 고요한 곶자왈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빗방울 소리, 우리 두 사람의 숨소리뿐. 부러진 고목을 둘러싼 풍성한 이끼는 초록색 누비이불 같고 그 아래 자라나는 각양각색의 고사리는 어는 디자이너가 만든 문양보다 다채로운 입체감을 보여준다. 고사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집에서 키우는 보스턴 고사리도 보이고 관중도 있고 고비도 있는 것 같다. 이곳 곶자왈의 고사리는 잎이 두껍고, 줄기가 짧아 보인다. 바위 사이사이 모든 곳에 고사리 천지다. 

아내는 이끼와 고사리를 너무 좋아해 이끼로 유명한 일본 야쿠시마 여행을 생각할 정도다. 관상용으로 키우려 몇 번 시도했지만 건조한 집 공기 탓에 번번이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런 아쉬움을 이곳에서 눈으로 담고 또 담으며 달래 보는 것 같다. 


‘곶자왈멍’을 한동안 하고 일어나 남은 탐방로를 걸었다. 같은 듯 다른 듯, 곶자왈은 질리지 않는 초록을 내내 보여줬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는 섬인데 여기 곶자왈은 섬 안에 있는 섬, “초록 보물섬” 같다라고. 하지만 동화책에 나오는 그런 실재하지 않는 섬이 아니라 시간을 내 찾을 수 있는 그런 보물섬. 

다음번에 제주에 오게 되면 또 다른 “초록 보물섬”을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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