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두 아이가 만든 서로 다른 내
진료실 – 오후
대기실은 조용했다. 흰 벽, 은색 가구, 그리고 한가운데 자리 잡은AI 진단 스캐너가 부드러운 전자음을 내고 있었다. 준호는 깨끗하게 다려진 흰 가운을 입은 채기계 앞에 앉았다.
환자 – 젊은 여성
“선생님, 얼굴에 자꾸 뭐가 올라와서요…” 여성의 얼굴이 기계 안쪽 스캐너 빛에 비쳤다. 기계가 부드럽게 분석을 시작했다. [피부 질환: 경증 알레르기성 반응] [권장 처방: 크림 X-23, 복용 보조제 R-7] 화면에 결과가 뜨자 준호는 태블릿 화면을 그대로 돌려보였다. “AI 진단 결과입니다. 권장 치료는 이거예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준호의 속마음
환자가 나간 뒤, 진료실은 다시 적막해졌다. 준호는 스캐너에 손을 올렸다. “이게 진짜 내가 하는 진료인가…아니면 내가 이 기계를 대신 설명하는 사람인가. ”그는 잠시 손가락을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내려놓았다. 환자 진료 카드가 자동으로 저장되며, 기계가 다시 은빛 빛을 내뿜었다.
결말 이미지
창밖에서 보이는 신도시 풍경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새로 심은 가로수가 균일하게 늘어서 있었고, 멀리 공기 정화 드론이 부드럽게 날고 있었다. 준호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의사가 아니라 관리자인가.”
서울시청 – 전략 회의실
대형 스마트 월에 서울 3D 생태지도가 떠 있었다. 녹지 회랑, 수직농장, 한강 생태 복원 구역이 빛으로 표시되었다. 회의실 안에는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다.
윤서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2050년, 서울은 사람이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도시가 될 겁니다. 녹지 비율 40% 확보, 탄소 중립형 수직농장 500곳, 그리고 한강 생태 회랑 복원이 그 핵심입니다.”
질문 세례
기자가 손을 들었다. “이 계획, 세계 표준이 될까요?” 윤서가 미소 지었다. “이미 몇몇 도시가 우리 모델을 참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선도한다면, 도시가 자연을 포용하는 세계의 흐름이 가속화될 겁니다.”
다른 기자가 물었다. “비용 문제에 대한 반발은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윤서는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숲 옆이 가장 비싼 집이 되는 시대입니다. 환경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회의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박수와 플래시가 터졌다.
윤서의 내면
회의가 끝나자 윤서는 홀로 복도 창가에 섰다.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곳곳에 반짝이는 수직농장과 새로 조성된 녹지 공간이 보였다.
‘어린 시절 손으로 만지던 작은 화분에서,이제 도시에 숨을 심고 있네.’
윤서는 가볍게 손바닥을 바라봤다. 흙냄새 대신 금속성 펜 냄새가 묻어 있었지만, 그 손이 여전히 사람과 도시를 살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TV 뉴스 스튜디오
앵커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렸다. “오늘 발표된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녹지 인접 주거지가 기존 강남권 아파트 시세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숲 옆이 최고가’라는 새로운 공식이 등장했습니다.”
화면에는 한 주거단지의 전경이 비쳤다. 광활한 녹지와 바로 연결된 수직형 주거지,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었다.〈평균가 40% 상승〉이라는 자막이 뜨자뉴스 패널이 고개를 저었다 .“도시 가치 체계가 완전히 뒤집혔네요.”
주민 인터뷰
기자가 한 시민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왜 이 지역을 선택하셨나요?” 시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공기가 다르잖아요. 아이들이 숲에서 바로 뛰어놀고, 집에서 키운 채소로 식탁 차릴 수 있는 곳, 그게 제일 큰 값이죠.”
윤서 – 뉴스를 보며
윤서는 시청 집무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잠시 화면 속 아이들을 바라보다 미소 지었다.
‘도시가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다시 도시를 바꾸는 거네.’
준호 – 같은 시간, 피부과 진료실
준호는 환자가 끊긴 텅 빈 진료실에서 뉴스 소리를 들었다. “…녹지 인접 지역 최고가…” 그는 잠시 창밖을 봤다.자신의 피부과가 있는 신도시는 정리된 보도블록과 회색 건물뿐이었다.
‘숲이 돈이 되는 시대라니…이제 도시도 나랑 다르게 살아가는구나.’
TV 뉴스 화면
앵커가 보도했다. “오늘부터 개인 탄소 배출 관리가 의무화됩니다. 모든 국민은 전용 앱을 통해 일상 탄소 사용량을 확인해야 하며,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추가 부담금이 부과됩니다.”
화면에는 스마트폰 앱 시연 장면이 나왔다.〈이번 달 탄소 사용량: 87% (양호)〉〈남은 탄소 포인트: 13%〉앵커가 덧붙였다. “대중교통 이용, 로컬푸드 구매, 재활용 실천으로포인트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거리 – 시민 반응
청년이 휴대폰을 보며 웃었다. “야, 내가 버스만 타니까 포인트가 쌓이네.이번 달은 추가 부담금 안 낸다.” 옆에 있던 직장인이 말했다. “전기차 충전 시간도 자동 계산되네. 이제 숨 쉬는 것도 숫자로 관리되는 세상인가 봐.” 둘은 어깨를 으쓱했다.
윤서 – 사무실에서
윤서는 뉴스 소리를 들으며 도시계획 보고서를 정리했다. “탄소를 줄이는 도시가 이제 기본이네. 우리 계획이 제때 시작돼서 다행이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에는 2050 서울 생태 계획의 로드맵이 빛나고 있었다.
‘숫자로 숨을 세는 시대라도, 숨이 맑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
준호 – 진료실
준호는 환자 대기 없는 한가한 오후, 휴대폰 앱 알림을 확인했다.〈탄소 사용량 102% (초과) – 추가 부담금 15,000원〉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버스 타고 다녀도 되는 사람들은 좋겠다…나는 차 안 쓰면 진료 못 하는데.” 창밖에 세워둔 자신의 전기차가 보였다. 정직하게 번 돈이지만, 이제는 숨쉬는 것도 계산해야 하는 시대였다.
철거 현장 – 오후
낡은 5층 건물이 중장비에 밀려 기울어졌다. 벽면에 남겨진 낙서가 순간적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자랐다.” 낙서는 콘크리트 조각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주변에 모인 주민들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한 노인이 중얼거렸다. “저기 우리 집 있었는데…” 곁에 있던 젊은 부부가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여기에 공원이 생긴다잖아요. 애들이 뛰어놀 수 있는 숲이라는데, 잘 되는 거죠.”
임시 게시판
철거 현장 앞 게시판에는 새로 붙은 청사진이 있었다.〈녹지 공원 + 수직 농장 + 커뮤니티 센터〉푸른 식물로 덮인 건축 모형이 밝게 빛났다. 아이 하나가 그림을 보며 말했다. “진짜 저렇게 돼?” 아버지가 대답했다. “곧 그렇게 될 거야.”
윤서 – 설계실
윤서는 현장에서 전송된 드론 촬영 영상을 확인했다. 철거되는 건물, 새롭게 심어질 숲, 그리고 주민들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걸 바라보는 모습.
‘누군가의 기억이 사라져야, 누군가의 내일이 자란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기억도, 내일도 같이 품을 수 있는 도시여야 해.”
준호 – 병원 진료실
같은 시간 준호는 진료 기록을 정리하다, 철거 소식을 뉴스로 들었다 .“…녹지 확보 위해 대규모 재편…” 창밖 신도시 풍경은 여전히 회색이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숲이 생기면… 환자가 줄어들까? 아님 더 늘까?” 자신이 도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희미했다.
준호 – 피부과 진료실
늦은 밤, 자동 조명이 켜진 진료실은 차갑게 빛났다. 환자는 없고, 은빛 기계만이 부드러운 대기음을 내고 있었다.준호는 소파에 앉아 AI 진단 장비를 바라봤다. 화면에는 하루 동안 처리한 진료 수와 매출 그래프가 떠 있었다. “수익은 나쁘지 않네…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그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윽 쓸었다.
‘내가 진짜 의사인가, 아니면 이 기계 관리자일 뿐인가.’
창밖 신도시는 네모난 창들이 모두 같은 색으로 빛났다.어떤 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지만,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윤서 – 서울시청 옥상 정원
윤서는 옥상 정원에 서 있었다.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었고, 발밑에는 수직농장이 은은하게 빛났다. 한강변 복원 구역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서울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숨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난간에 올리고 속삭였다. “내일은 이 도시에 더 많은 녹지를 심어야지.” 눈앞의 서울은 어둠 속에서도 푸른 기운을 띠고 있었다.
‘이 길이 힘들어도… 나는 도시를 살리는 사람이다.’
마지막 이미지
같은 시간, 같은 도시.한 사람은 기계 옆에서 자신의 존재를 묻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도시 전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었다. 빛은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전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