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의 그림자

30년, 두 아이가 만든 서로 다른 내일..

by 토사님

2048년(3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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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비어가는 진료실


오전 – 피부과 대기실

대기실 의자들이 텅 비어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환자들로 붐볐던 공간은, 이제 공기청정기의 바람 소리만 가득했다 .벽에 걸린 “AI 맞춤형 피부 관리 앱 연계” 광고판이 어쩐지 준호의 병원을 조롱하는 듯 보였다.


간호사와의 대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서류를 내밀었다. “원장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요즘 환자가 많이 줄었잖아요… 죄송합니다.” 준호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래… 알겠어. 너 탓은 아니야.” 서류를 받아든 손이 미묘하게 떨렸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회계 화면

준호는 진료실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화면에 찍힌 지난달 매출 그래프는 가파르게 내려앉아 있었다. “AI 진단 앱… 무료에다가 배송까지 붙여준다니…” 그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20년을 투자해서 얻은 자격증이,이렇게 쉽게 밀리는 건가…’


결말 이미지

진료실 시계가 ‘10:30’을 가리켰지만, 다음 예약 환자는 오후 늦게 한 명뿐이었다. 준호는 의자에 깊게 앉았다. 창밖으로, 드론이 배달 상자를 실은 채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그의 목소리는 스스로에게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낮았다.


장면 2: 도시와 숲,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다


유엔 총회장 – 오후

세계 각국의 깃발이 나란히 걸린 넓은 홀.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무대 중앙 대형 스크린에 이름이 나타났다.〈Yoon Seo Park – Urban &Nature Award Winner〉

윤서가 단상 위로 걸어올랐다. 검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목에는 작은 잎사귀 브로치가 빛났다. 청중의 박수 소리가 천장으로 퍼져 올라갔다.


시상식 장면

유엔 사무총장이 상패를 건넸다. “당신의 프로젝트가 도시와 자연을 잇는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윤서는 고개를 숙이며 상패를 받아 들었다. 금속과 나무가 결합된 상패, 마치 도시와 숲이 하나로 묶인 작은 조각품 같았다.

윤서의 연설

윤서는 마이크 앞에 섰다. “도시는 더 이상 자연을 밀어내는 공간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숨 쉬어야 합니다. 이 상은 저 혼자의 것이 아니라, 함께 흙을 만지고, 함께 길을 설계한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청중이 기립하며 박수를 보냈다. 어떤 외신 기자가 외쳤다. “서울이 세계 생태도시의 표준이 되었다!”


윤서의 내면

윤서는 순간, 눈앞에 서울의 숲과 수직농장, 그리고 학교 옥상에 심어진 작은 텃밭까지 떠올렸다.

‘어린 시절 작은 화분에서 시작한 꿈이,이제 세계를 바꾸고 있네…’ 그녀는 상패를 가슴에 꼭 안았다.


장면 3: 의사가 더 이상 꿈이 아닌 날


TV 뉴스 스튜디오 – 저녁

화면 하단에 자막이 떴다.〈의료 직업, 인기 순위 10위 밖으로 밀려〉앵커가 차분히 보도했다. “30년간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오던 의료 직업군이 처음으로 인기 직업 1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AI 진단과 치료 로봇의 확산이직업 선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학생 인터뷰 화면

중학교 교실 앞, 학생들이 웃으며 카메라에 말했다. “의사? 그거 요즘 다 AI가 하는 거잖아요.” 다른 학생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난 도시생태 설계사가 될 거야. 환경이 진짜 중요하대.” 뒤에서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학교에서도 도시 설계 게임 배운다니까.”


시민 반응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말했다. “예전엔 의사면 최고였죠. 근데 요즘은 의사가 아니라 시스템이 진단하잖아요.사람들은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을 찾는 것 같아요.”


준호 – 병원 진료실에서 뉴스 시청

조용한 진료실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의료직 인기, 10위 밖으로…” 준호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 놓인 진료 기록과, 오늘 내내 쉬고 있는 AI 진단 장비를 바라봤다.

‘내가 꿈꾸던 직업이… 이제 애들한테는 꿈이 아니구나.’

그는 잠시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난… 어디에 서 있는 거지.”


장면 4: 빛으로 숲을 만드는 기계


연구단지 실험실 – 오전

투명한 돔형 건물 안, 수많은 인공 잎사귀가 금속 지지대에 매달려 있었다. 빛이 닿자 잎사귀 표면에서 작은 전류가 흘렀다. 순식간에 공기질 측정기에 산소 농도가 올라갔다.

연구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셨습니까? 기존 식물보다 300% 효율이 높습니다. 도시의 빌딩 외벽 전체가 숲처럼 숨 쉬는 시대가 오는 겁니다.”


기자들의 반응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묻는다.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한 건물 기준, 소나무숲 한 개 정도입니다.” 순간 실험실에 환호성이 터졌다. “도시가 스스로 산소를 만드는 거네요!”


뉴스 화면

〈인공 광합성 시스템, 실용화 단계 돌입〉앵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빌딩은 더 이상 환경을 해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산소를 공급하는 도시 생태계의 일부가 됩니다.”


윤서 – 화면을 보며

윤서는 공항 대기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도시가 진짜 살아 있네…” 손가락 끝에 닿은 상패의 차가운 감촉이 잠시 느껴졌다.

‘이제 사람과 자연을 잇는 길은 더 빠르게 열리겠지.’


준호 – 진료실

준호 역시 TV로 같은 뉴스를 봤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민감한 알레르기 환자들의 진료 데이터가 떠올랐다. “…저런 게 보급되면 알레르기 환자도 줄겠지.” 입술이 미묘하게 떨렸다.

‘그럼… 내 병원은?’


장면 5: 아이들이 설계하는 미래


초등학교 교실 – 오후

교실 벽에는 새로 붙인 포스터가 있었다.〈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 – 의무 교육 과목〉아이들은 책 대신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가상의 도시가 펼쳐졌다.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도로를 옮기고, 수직 농장을 추가하며 소리쳤다. “여긴 숲이 필요해!” “여기 버스 노선 늘리자!” 교사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우리 도시는 모두 함께 설계하는 거예요. 환경을 지키는 것도 너희 세대의 책임이야.”


아이들의 반응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저 의사 말고 도시생태 설계사가 되고 싶어요!” 다른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나도! 나도!” 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야. 의사도 중요하지만, 도시 전체를 살리는 사람도 꼭 필요하거든.”


윤서 – 원격 강의 화면

화면 한쪽에 윤서의 얼굴이 나타났다. 유엔 수상자로 초청된 그녀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도시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어요.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도시, 여러분이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였다. “우리가요? 진짜로요?” 윤서가 웃었다. “네, 진짜로요.”


준호 – 진료실 TV 화면

환자가 없는 시간, 준호는 뉴스로 이 장면을 봤다. 아이들이 설계하는 가상의 도시 화면 위로, 윤서의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세상은 진짜 다른 쪽으로 가고 있네.”


장면 6: 같은 달빛, 다른 그림자


준호 – 텅 빈 병원

늦은 밤, 대기실 조명이 자동으로 꺼졌다. 준호는 진료실 불만 켜놓은 채,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인력 감축 후 손익분기점 예상’이라는 차가운 보고서가 떠 있었다. 그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더라.” 손끝이 떨렸다.

‘환자를 고치는 손이라고 믿었는데, 이젠 기계에 의존하는 관리자일 뿐이야.’

창밖에 드론 불빛이 점점 멀어졌다. 그 불빛은 차갑고, 너무 빨랐다.


윤서 – 호텔 발코니

도시를 내려다보는 발코니에 윤서가 서 있었다. 유엔 상패가 테이블 위에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받은 수많은 축하 메시지가 머릿속을 스쳤다. “도시와 자연이 하나가 되었다.” 그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도시는 조금씩 숨을 되찾는구나.’

멀리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윤서는 손을 펴 하늘을 향해 올렸다. “이 길… 계속 가야지.”


마지막 이미지

한 사람은 꺼져가는 불빛 아래서 길을 잃고, 다른 한 사람은 별빛 아래서 길을 확신했다. 같은 달빛이었지만, 그 달빛이 비추는 그림자의 길이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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