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의 그림자

30년, 두 아이가 만든 서로 다른 내일

by 토사님

2050년(35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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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멈춰버린 시계

거실 – 새벽

거실 시계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빛은 주황색 스탠드 하나뿐. 서류가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었고, 커피 잔 옆에 약통이 두 개 놓여 있었다.

준호는 소파에 몸을 반쯤 누인 채 손목을 천천히 주무르고 있었다. 손목은 뻣뻣했고, 눈 밑은 푸르스름했다.


내면 독백

“오늘만 끝나면 쉴 수 있을까…? 아니, 내일 환자 예약도 있지…인사팀 얘기도 들어야 하고…” 생각은 꼬리를 물고 끝이 없었다. 그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

‘왜 이렇게 사는 거지…내가 원하는 게 아직 있긴 한 건가?’


결말 이미지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내일 진료 일정 – 07:00 시작〉알람 소리를 끄면서 준호는 피식 웃었다. “쉬면 뭐 해… 돈이 새는데.” 하지만 웃음은 바로 지워졌다. 거실 시계는 여전히 3시를 가리킨 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다.


장면 2: 식탁 위의 차가운 공기

부엌 – 아침

식탁 위에는 식지 않은 국과 식빵이 놓여 있었다. 준호는 신문 대신 태블릿을 보고 있었고, 아내는 컵에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어제도 새벽에 들어왔지?”

준호: “병원이 힘들어… 직원도 줄이고, 내가 더 뛰어야 해.” 아내: “알아. 근데 당신은 집에 있어도 없는 사람 같아.” 준호는 한참 말이 없다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도 힘들어… 그만 좀 하자.”

잠시, 공기가 멈춘 듯했다. 아내는 눈을 들어 준호를 바라봤다. “힘든 거 알아. 근데 나랑 아이는…당신 삶에서 몇 순위야?” 준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이 방의 불빛

복도 끝, 아이 방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나왔다. 아이도 잠들지 못한 듯했다. 그 불빛은 작은 촛불처럼 떨리며 집안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결말 이미지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준호는 식탁 위 커피를 바라봤다.

‘집이… 집 같지가 않아.’ 그는 이마를 짚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부엌 시계는 여전히 식탁 위의 식지 않은 국처럼, 어색하게 식어 있었다.


장면 3: 지구의 도시를 설계하는 자리

국제 회의장 – 오전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에 전 세계 도시 지도가 떠 있었다. 푸른 라인이 각 도시의 생태 회랑을 표시했고, 빨간 점은 재난 예측 지점을 나타냈다. 윤서는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조정했다. 청중석에는 각국 대표단과 과학자들이 앉아 있었다.


윤서의 발표

윤서: “우리는 더 이상 도시와 자연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생태계의 일부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재난을 예측하고, 회복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홀로그램에 서울 모델이 떠올랐다. 녹지 축과 수직농장, 탄소 중립 교통망이 반짝였다. 청중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렀다.


회의 반응

대표단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서울의 복원 모델을 우리 도시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윤서: “이미 데이터 공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음 달 시범 도시로 시작하시죠.” 박수가 터졌다.

‘도시는 회복 가능하다… 그 사실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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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자, 윤서는 홀로 창가에 섰다. 바깥에는 녹지가 도심 속에 자연스럽게 얽힌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손끝에 남은 상패의 차가운 감각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내가 꿈꾸던 세상이, 조금씩 완성돼 가고 있어.”


장면 4: 산업 지형이 바뀐 날


뉴스 스튜디오 – 저녁

앵커의 목소리가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울렸다. “오늘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기후 복원 산업이 국내 GDP의 20%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면에는 수직농장, 해수 담수화 시설, 대기 정화 드론이 등장했다. 각 시설 옆에는 〈탄소 저감률 +45%〉, 〈신규 일자리 120만 개〉 같은 자막이 떠올랐다.


현장 인터뷰

작업복을 입은 한 청년이 말했다.“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물류센터에서 일했어요. 지금은 도시 숲 관리팀에서 드론 운행 담당을 합니다. 이게 제 꿈이 될 줄은 몰랐죠.” 옆에 있던 동료가 웃으며 덧붙였다. “이제 환경이 돈이 되는 시대예요. 우리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직업이죠.”


경제 전문가 인터뷰

경제학자: “기후 복원 산업은 더 이상 부가 산업이 아닙니다. 미래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2030년대 반도체 산업이 그랬다면, 2050년대는 기후 복원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준호 – 병원 대기실 TV 앞

저녁 진료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있던 준호가TV 속 뉴스를 멍하니 바라봤다.“…기후 복원 산업이 GDP 20%를…”화면 속 청년들의 얼굴이 밝았다. 그는 손에 쥔 진료 차트를 내려놓았다.

‘내가 뛰어온 길은, 이제 핵심이 아니구나…’

조용한 대기실 공기가 한층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장면 5: 하늘을 읽는 눈


기상청 통제센터 – 오전

초대형 데이터 월이 벽을 가득 채웠다. 허리케인, 폭염, 홍수 가능성 지도가 실시간으로 점멸했다. 빨간 경보가 뜨면 즉시 푸른 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예측 성공률 95% 돌파.” 라는 문구가 중앙에 떠올랐다.


과학자의 발표

연구 책임자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기후 재난 발생 예측률이 95%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재난이 오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기자들이 놀란 얼굴로 메모를 했다.한 기자가 물었다.“그럼 피해가 거의 없어진다는 건가요?” 과학자가 웃었다. “맞습니다. 더 이상 기후는 우리를 갑작스럽게 덮치지 않습니다.”


현장 시연

AI 예측 시스템이 폭우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계산했다.“서울 동남부, 3시간 후 집중호우 가능성 87%.”즉시 방재 드론팀이 출동 준비를 시작했다.한 통제요원이 말했다.“우린 이제 날씨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미리 준비하죠.”

윤서 – 해외 출장 중 영상 통화

윤서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재난을 예측하는 도시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도시죠.우리가 심은 나무와 기술이 함께 숨 쉬는 거예요.” 통화 화면 속에서 상대방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제 다른 나라들도 본격 도입하겠군요.”


준호 – 진료실

진료실 창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준호는 TV 자막을 무심히 읽었다.〈재난 예측률 95% – ‘두려움 없는 도시’ 선언〉그는 무의식적으로 속삭였다. “…두려움 없는 도시… 난 왜 더 두렵지.” 손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장면 6: 아이들의 꿈이 바뀐 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 저녁 방송

화면에는 푸른 옥상 정원과 도시 숲,수직 농장과 대기 정화소가 비쳤다. 내레이션이 잔잔하게 흘렀다. “올해 존경받는 직업 1위, 도시생태전문가.”


아이들의 인터뷰

카메라가 한 초등학교 교실을 비췄다.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 도시생태전문가 될 거예요!” “윤서 선생님처럼 숲을 만드는 사람이요!” 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교사가 미소 지었다. “좋아요, 그럼 오늘도 작은 숲 하나부터 설계해볼까요?”


윤서 – 영상 속 등장

윤서가 다큐 인터뷰에서 말했다. “도시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죠. 저는 그 길을 계속 걸을 겁니다.” 화면 속 윤서 뒤로 세계 여러 도시의 푸른 공간들이 지나갔다.


준호 – 집 거실 TV 앞

준호는 소파에 앉아 그 방송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방 문을 닫은 채 나오지 않았다. TV 화면 속 아이들이 웃으며 말하는 소리가유난히 크게 들렸다.그 는 무겁게 중얼거렸다. “…내가 아이였을 때는, 의사가 가장 멋진 직업이었는데.”


결말 이미지

TV 화면 속 윤서가 웃고 있었다.뒤에서 푸른 식물이 바람에 흔들렸다.준호는 손가락으로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나한테 존경이란… 이제 어떤 의미지?’


장면 7: 같은 불빛, 다른 마음


준호 – 집 거실

불이 거의 꺼진 거실.TV는 꺼져 있고, 소파 위에 준호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손에는 반지가 들려 있었지만, 손가락에는 끼워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숨이 깊게 꺼졌다. 식탁 위에는 차갑게 식은 국, 아내의 부재가 만들어낸 빈자리, 리고 조용히 문이 닫힌 아이 방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 진짜 내 길이 맞았나.’


윤서 – 호텔 테라스

반짝이는 도시 야경 위에 작은 녹색 점들이 떠 있었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인공 광합성 시스템 불빛이었다. 윤서는 테라스에 서서 바람을 느꼈다. “오늘도 살아 있는 도시네.” 그녀는 홀로그램 화면을 켜고 내일 회의 준비 자료를 확인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도시는 내일 더 숨쉴 거야. ’그녀의 눈은 피곤했지만, 안쪽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지막 이미지

한 사람은 자신의 반지를 바라보며 길을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도시의 숨결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도시 불빛은 같았지만, 그 불빛이 비춘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은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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