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의 그림자

30년, 두 아이가 만든 서로 다른 미래...

by 토사님

에필로그2095년(8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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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손주의 질문


도시 숲 – 한낮

햇빛이 부드럽게 나뭇잎 사이를 흘렀다. 바람이 지나가자 작은 꽃가루가 반짝이며 흩날렸다. 예전엔 아스팔트와 매연뿐이던 곳, 지금은 숲으로 변한 도심 한복판이었다.

벤치 위에 준호가 앉아 있었다. 허리가 약간 굽었지만 얼굴은 편안했다. 양옆에 앉은 손주 둘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할아버지, 진짜 여기 옛날엔 나무가 없었어요?”


준호의 대답

준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이렇게 깨끗했던 적이 있었던가? “응… 그땐 뜨겁고, 매캐했지 .아스팔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어. 사람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았지.” 손주가 놀란 눈을 했다. “그럼 누가 나무를 심었어요?” 준호는 미소를 지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중엔… 나도 있었단다.”


감정 포인트

손주가 작은 손으로 준호의 손등을 꽉 잡았다.“할아버지가 나무 심은 거예요? 멋지다!” 준호는 웃었다.

‘그래… 그때 심은 나무가 지금 이렇게 커졌구나.’


결말 이미지

바람이 불자 벤치 주변 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잎사귀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마치 박수 같았다. 준호는 손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살아 있구나, 이 도시도.”


장면 2: 여전히 배우는 도시


국제 생태포럼 – 강연장

원형으로 설계된 강연장, 중앙에는 넓은 무대가 있었다. 윤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머리는 희끗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생생했다.수십 명의 청년들이 둘러앉아 메모를 준비하고 있었다.


강연 시작

윤서가 마이크를 잡았다.“도시는 여전히 아프기도 하고, 건강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죠. 제가 60년 전 동료들과 시작한 일은 도시를 살리려는 작은 선택이었어요.” 청년 중 한 명이 물었다. “선생님, 도시가 이렇게 바뀐 게 믿기지 않아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윤서의 미소가 번졌다. “그냥… 나무 하나, 물길 하나에서 시작했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도시는 그 마음으로 자라는 거예요.”


청년들의 반응

노트 필기하는 소리, 눈빛이 반짝였다. 어떤 학생은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 “저도… 이 길을 걷고 싶어요.” 윤서는 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요. 여러분이 이어가야 해요.제가 했던 것보다 더 크게, 더 멀리.”


결말 이미지

청년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윤서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다음 세대가 이렇게 웃고 있으면…이 도시는 오래 숨쉴 거야.’


장면 3: 오래 심은 씨앗


도시 숲 산책로 – 오후

늦은 오후의 빛이 나뭇잎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준호는 손주 둘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느렸지만 안정감이 있었다. 멀리서 휠체어에 탄 윤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밀어주는 이는 포럼에서 만난 청년이었다.

첫 마주침

준호: “윤서… 오랜만이네.” 윤서: “그러게, 준호. 많이 늙었네.” 두 사람 모두 웃었다. 손주가 물었다. “할아버지, 이 할머니 알아요?” 윤서가 웃으며 말했다. “응, 아주 오래전 친구란다. 너희가 뛰어노는 이 숲, 우리가 함께 심은 거야.” 손주의 눈이 동그래졌다.“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같이 나무 심었어요?” 준호와 윤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주 오래 전에 말이야.”


짧은 침묵, 그리고 웃음

바람이 불며 나뭇잎이 흔들렸다.윤서가 손을 내밀었다. 준호는 잠시 멈췄다가 그 손을 잡았다. 거칠지만 따뜻한 손이었다. “네가 말했지… 도시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맞았어, 윤서.” 윤서: “너도 그걸 해냈잖아.”


결말 이미지

아이들이 두 사람 주위를 뛰어다니며 웃었다. 손주가 작은 나뭇가지를 주워 흔들며 외쳤다. “나도 나무 심을래!” 윤서와 준호가 동시에 웃었다.

‘우리가 심은 건 나무였지만,이제 심는 건 이 아이들이구나.’


장면 4: 숨 쉬는 도시


드론 촬영 시점 – 도시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40년 전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숲이 아니었다. 초록빛 루프탑 정원, 건물 벽면을 감싸는 식물 커튼, 하천을 따라 복원된 자연형 습지가 도시를 관통하고 있었다.


교통과 공기

도로 위엔 매연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자율주행 전기 버스와 공중 모노레일이 조용하게 움직였다. 도시 전역에 퍼져 있는 대기 정화 드론이 부드럽게 공기를 순환시키고 있었다. 화면 아래 자막:〈도시 생태 복원률 98% 달성〉


시민 생활

한강변엔 시민들이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아이들이 작은 채소 정원에서 모종을 심고 있었다. 노인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실시간 기후 데이터를 확인했다.


전문가 인터뷰(배경)

“환경은 더 이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이제 도시와 자연의 경계는 의미가 없죠.” 인터뷰어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깔리며, 화면에 시민들의 미소가 이어졌다.


결말 이미지

도시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숨 쉬고 있었다. 카메라는 천천히 올라가며 푸른 도시와 멀리 보이는 산맥,그리고 은은한 노을을 함께 잡았다.

‘이제 이곳은 진짜 살아 있다.’


장면 5: 오래된 손, 새로운 숨


숲길 – 황혼

준호와 윤서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손주들이 앞서 달리고, 멀리서 새소리가 겹쳐 울렸다. 햇살은 서쪽으로 기울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렸다.


준호의 독백

‘나는 사람의 몸을 치료했지. 하지만 그 손길이 닿는 건 하루, 한 사람뿐이었어. 도시를 살리면서야 알았다. 몸 하나를 살리는 것도 소중하지만, 사람들이 숨 쉬는 공간을 살리는 건…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거라는 걸.’


윤서의 독백

‘처음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 도시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때 선택한 작은 길이 오늘의 세상을 만들었어. 도시는 살아 있고, 사람들은 웃고 있어. 그게 내 삶의 전부였구나.’


결말 이미지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눈빛에 오래된 고마움이 번졌다. 앞에서 손주가 외쳤다. “할아버지! 할머니! 빨리 와요!” 두 사람은 동시에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가 심은 건 나무였지만,지금은 사람이다.’

한 사람은 박제된 미래 속에서 오래 앓았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붙잡느라, 오늘의 숨결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갔다. 그는 늘 앞을 내다봤지만, 정작 그 앞에 서본 적이 없었다. 돈과 안정을 붙잡은 채, 이미 숨을 멈춘 시간 속에서 살았다. 살아 있는 것 같았으나, 움직이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안정이라는 단어는 그를 지켰지만,동시에 감옥이 되어 그를 서서히 말려갔다.

다른 한 사람은 매일의 흙냄새와 바람을 살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도시가 숨 쉬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손끝으로 내일을 만들었다. 그는 멀리서 오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눈앞에 피어나는 작은 변화에 몸을 내맡겼다. 살아 있는 도시와 함께 숨 쉬며, 지금을 살았다. 그 숨은 단순한 호흡이 아니었다. 나무와 흙, 사람과 도시가 이어지는 길고 긴 맥박이었다. 그 맥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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