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으로 가는 길. 7장
“말을 들으려 하지 말고, 먼저 그 사람의 호흡을 들어라.”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보통 ‘상대의 말’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대의 말보다 내 머릿속의 생각을 더 많이 듣는다.
상대가 말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 안에서는 이미 작은 회의가 열린다.
“저건 아니지.”
“왜 저런 말을 하지?”
“잠깐, 내가 뭔가 설명해야겠어.”
“저건 틀렸어.”
상대의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판단했고, 결론을 내렸고,
반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빠른 속도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오해를 불러오고,
관계를 상하게 한다.
우리는 “대화를 못하는 사람”이어서
갈등를 겪는 것이 아니다.
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서로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판단은 본능이다.
뇌는 ‘위험’을 빨리 감지하도록 진화했고,
그래서 낯선 말·불편한 말·공격적인 말을 들으면
즉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의 대부분 대화는
진짜 위험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위험 반응’을 그대로 가져와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치게 강하게 반응한다.
무념무상의 대화는
그 본능적 속도를 단 3초만 늦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3초.
아주 짧지만,
이 3초가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
상대의 말이 불편하게 다가올 때,
즉시 해석하거나 즉시 반응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음 단계를 따라본다.
듣기
상대 말이 끝날 때까지
‘내 생각’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을 듣는다.
멈추기 (3초)
숨을 들이쉬고
마음속에서 작은 의자를 하나 꺼내놓듯
공간을 만든다.
“지금 판단하지 않아도 돼.”
확인하기
필요하다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지금 이런 뜻으로 말한 거야?”
“내가 잘 이해한 게 맞을까?”
그 3초의 틈에서
감정은 가라앉고,
상대는 안전함을 느끼고,
대화는 부드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상대가 날카로운 말을 했을 때
즉시 방어하지 않는다.
속으로만 “멈춤”이라고 말한다.
단 3초 후, 전혀 다른 말이 나온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숨 한번 → 3초 멈춤 →
“지금 속상한 거구나.”
아이는 기적처럼 마음을 연다.
부모님·배우자와 다툴 때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오던 말들이
3초의 틈에서 스스로 사라진다.
그 자리에 이해가 들어온다.
“판단을 멈추는 것은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다.
내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대화의 속도를 늦추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만날 수 있다.”
“상대를 바꾸지 않으면, 그 사람은 스스로 변할 자리를 찾는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거의 본능처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대의 의도를 이해해야
대화가 제대로 되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 적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고,
감정은 예고 없이 흔들리고,
말은 종종 본심과 다르게 나온다.
그렇다면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이해’가 아니라 ‘허용’**이 아닐까?
많은 갈등은
상대를 설득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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