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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2월 3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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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일 — 고요한 손길이 남기는 빛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새벽의 숨결이 아직 차가운 시간,
창문에 닿은 작은 빛이
하루를 열기 위한 문을 천천히 밀어냅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마음도
그 빛을 따라 다시 일어나며
오늘이라는 이름의 길을 밟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맞이합니다.


오늘의 역사

1967년 12월 3일 — 세계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 성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병원에서
의사 크리스티안 바너드와 그의 팀은
멈춰버린 심장을 대신해
새로운 심장을 조심스레 품어 넣었습니다.

그 순간은
의술의 경계를 넘은 사건이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한 사람의 생을 다시 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기술의 놀라움보다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의 용기가
오늘을 흔들리는 인간에게
조용히 길을 밝혀줍니다.


오늘의 에피소드

버스 안,
퇴근길의 피곤이 어깨를 짓누르는 오후,
앞 좌석에 앉은 젊은 남성이
낯선 할머니의 장바구니가 넘어지지 않도록
팔로 조심스레 받쳐 들었습니다.

“제가 잡고 있을게요.”
그는 말없이 미소만 건넸습니다.

할머니는
그 손길이 너무 고마웠는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고마워요”를 반복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손짓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의 역사와 오늘의 순간이 말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곳에서 시작된다고.


오늘의 기도

오늘,
내 안의 심장이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사람을 향한 따뜻함으로 뛰게 하소서.

내가 건네는 작은 행위들이
어떤 이의 하루를 구하는
은은한 맥박이 되게 하시고,

말없이 떠안은 상처들 속에서
다시 살아가려는 용기가
천천히 피어나게 하소서.

누구도 홀로 버티지 않도록
내 눈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내 귀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내 손끝이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하소서.

오늘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내가 지나치는 사람들의 숨결에
작은 안도를 남기게 하시며,

크고 값비싼 기적보다
사소한 친절의 기적을
더 깊이 믿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심장처럼
쉬지 않고
흔들리며
그러나 멈추지 않는 마음을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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