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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스몰닷 Oct 27. 2024

109 - 잘 설계된 브랜드를 보는 즐거움

[eios] 웰메이드 브랜드란 


봄이되면 어김없이 새순이 돋고 순서에 맞추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의 섭리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주로 브랜드의 초반을 기획하는 저의 일을 생각해볼 때 태어날 브랜드를 설계하는 것은 자연의 계절처럼 앞으로 브랜드가 그려나갈 섭리를 예측하고 그려보는 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인간이 하는 일에 변수가 따르고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지만요. 


이번 호에는 뷰티 브랜드 하나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기획부터 잘 설계된 웰메이드 브랜드 [eios]입니다. 앞으로 이 브랜드가 예측 할 수 없는 시장 속에서 어떤 항로를 그려나갈지 알 수 없지만, 브랜드를 들여다보는 내내 '잘 설계된 브랜드를 보는 즐거움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ios]



2023년 브랜딩의 키워드를 돌이켜보면 '체험'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한 해 였던것 같아요.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이 곳곳에 생겨난 한 해였는데요. 유난히 뷰티 브랜드에서 그 현상이 강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안목이 높아진 뷰티 시장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은 그 눈높이를 맞추며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충분한 몫을 해냈습니다. 

상하이의 东平路동핑루는 [Aesop]의 첫번째 상하이 매장이 들어선 거리이기도 한데요. [Aesop]에 이어 [lululemon]이 착지한 동핑루에 23년 말 [eios]가 두번째 매장의 발을 딛었습니다. 동핑루는 상하이의 조계지 지역이기 때문에 오래된 유럽식 빨간 벽돌 건물들이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는 조용한 거리입니다. [eios]의 매장 역시 빨간 벽돌의 우아함을 그대로 살리고 햇빛이 잘 통과하는 통유리로 거리와 내부의 경계를 허물어 천천히 걸어가는 동안 한 눈에 매장 내부를 감상 할 수 있었어요. 밤에는 어둑한 거리와 대조적으로 내부의 안락하고 따뜻한 조명의 빛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광고 역할을 해줍니다. 

첫번째 매장과 마찬가지로 간결한 디자인과 일관된 미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식을 최소화하고 브랜드의 메인 비주얼 컬러인 블랙과 레몬옐로우를 적절히 조화시켜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임팩트를 줍니다. 컬러의 배치처럼 공간의 소재도 목재와 금속의 이질적이면서도 새로운 조화를 통해 천연 성분의 따뜻함과 현대과학의 단단함이 융합된 브랜드의 핵심을 일관성 있는 미학으로 연출합니다.  

2층으로 올라오면 제품 전시 뿐 아니라 브랜드의 영상과 포스터, 서적이 진열되어 있고, 가운데 커다란 아일랜드는 향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위해 다양한 쓰임으로 쓰이도록 배치해 두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거리 쪽으로 난 큰 창을 그대로 오픈하여 동핑루 거리의 사계절이 자연스럽게 매장으로 들어와 계절마다 변하는 매장의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창가 의자에 앉아 바깥 거리의 풍경과 매장의 분위기, 그곳에 앉아 브랜드를 음미하는 소비자의 장면을 고려한 것이겠지요. 이런 섬세한 장면의 연출은 브랜드가 얼마나 소비자에 대해 깊이 고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eios]는 'every inch of skin'의 앞자를 따서 만들어진 바디케어 브랜드입니다. 네이밍이 흥미롭죠? 피부의 매 인치. 네임에서 말한 것처럼 [eios]는 사람의 피부를 매 인치로 섬세하게 나누어 보아야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얼굴 뿐 아니라 몸의 피부 역시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부'라는 것은 인체의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얼굴 피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바디케어는 대부분 간단한 보습만 추구하지요. [eios]의 창립자 Nick은 좋은 신체 피부 상태는 한 사람의 상태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태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 장기적인 생활 습관, 운동과 심리조절 같은 것이 어우러진 것이죠. 잘 가꿔진 피부와 머릿결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보이는 것이라 믿습니다. 상하이 봉쇄기간 동안 자신의 몸을 관찰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고 사교적인면이 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몸의 피부는 '다분히 사적인'것이어서 남이 아닌 자신을 즐겁게 하는 自悦에 가깝다는 생각이 브랜드를 만드는 초심이 되었습니다. 

패션에서 몸의 치수를 재는 것처럼 [eios]는 제품 라인을 인치로 명명해 구분하고 있어요. 한 치 한 치 다른 피부에 관심을 갖고 해체하여 정밀하게 케어하는 [eios]의 철학처럼 말이죠. 브랜드가 가진 하나의 큰 컨셉이 브랜드 곳곳에 설계되어 총체적인 브랜딩을 느끼게 하는 기획의 설계입니다. 제품의 라인업은 입술, 핑거팁, 손세정, 스크럽 등 몸 곳곳의 섬세한 부분에 페이스 에센스 급의 기준으로 제작됩니다. 특히 가장 먼저 출시된 [0'3"]라인의 'finger tip oil'은 수요가 적고 간과되기 쉬운 부위일 수는 있으나 '섬세함과 정밀함'이라는 브랜드의 이념을 가장 잘 반영하는 아이템으로 생각해 [eios]의 첫번째 제품이 되었습니다. 


[eios]의 브랜드 철학은 매장의 분위기 뿐 아니라 제품라인, 명명체계, 패키지의 디자인 등 모든 브랜드 요소에 섬세하게 설계되어 녹아있습니다.  

일례로, [eios]의 동핑루 매장에는 한 부분만 거울인 벽면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전면 거울을 볼 땐 항상 얼굴만 우선시 하죠. 하지만 이 거울은 사람의 몸의 국소 부위만 비추기 때문에 저절로 내 몸의 한 부분을 먼저 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거울의 외곽을 겹겹이 불규칙하게 갈아서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이를 통해 신체 부위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희망하는 [eios]의 철저히 계획된 동선 브랜딩입니다. 

아직 몇가지 SKU 밖에 없는 신생 브랜드이지만 23년 2월 첫 번째 매장 오픈 후 꾸준히 재구매를 일으키며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eios]의 저력에는 소비자와 브랜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됩니다. 


브랜드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상위 1000명의 소비자들의 피드백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도시에 생활하는 사람들로 탁월한 심미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타겟층입니다. [eios]의 모든 전략적 선택의 기준은 이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합니다. 뾰족한 한 타겟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놓고, 그 대상이 느끼고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죠.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이들을 만족시키는 충분한 미학적 제품을 제공하고, 신생 브랜드로서 독특한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것, 가성비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브랜드의 초기 설계를 정교하게 디자인하여 더 완성도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런 것들이 더해져 [Aesop]과 [lululemon]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창립자 Nick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언급하며 했던 인상적인 구절을 보았는데요. 


"그(브랜드)들은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것을 브랜드에 투사한다.

그들은 입체적이고 유기적이다. 나는 이 브랜드들에서 '사람'을 느낀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퍼스낼리티를 가지고 소비자와 교감하고 브랜드 일생을 살아간다는 정의를 생각해볼 때, [eios]는 그 명확한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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