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네이밍 실전 사례
한국 기업들이 많이 의뢰주시는 프로젝트 스콥 중에 하나인 중문 네이밍. 대부분 영문이 있는 브랜드가 중국으로 진출할 때 중문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요즘은 '어느 정도는 발음이 유사한 선에서 의미도 좋게 만들어주세요.' 하는 기본적인 생각은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실제로 중국 사람들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발음 구조와 한국인의 생각에 유사한 발음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꼭 발음만 유사하다고 좋은 중문 네임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하나씩 사례로 살펴볼게요.
중문 네이밍의 효율성
중국의 약장 브랜드 중에 [petersons lab]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중문은 [毕生之研] 인데요.
[bì shēnɡ zhī yán]이라고 읽습니다. '피터슨스랩', '삐셩즤옌' 한국인이 보기엔 굉장히 다른 발음 같죠? 전체적인 발음만 보면 다르긴 하지만 영문 네임의 모든 발음을 똑같이 따라서 각각의 한자를 배치하지 않고, 네임의 요부에 포인트를 두어 중문을 개발한 사례입니다. 영문의 앞부분 발음(피터)과 중문의 '毕生(삐셩)'은 중국인들에게 발음이 유사하게 매칭되거든요. 게다가 毕生(=일생)이라는 의미까지 담습니다. [毕生之研]은 중문으로 '일생의 연구'라는 의미인데, 본 브랜드의 컨셉이 피터슨이 일생동안 연구한 기술이다보니, 중문의 의미와 발음의 요부까지 매칭시켜, 소비자들에게 네임의 일체감과 함께 브랜드의 컨셉까지 전달할 수 있는 효율성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지요.
또 하나의 효율성 좋은 사례로 [Skin ceuticals]를 들 수 있어요. '스킨수티컬스' 라는 긴 발음을 가진 브랜드를 중문으로는 修丽可 [xiū lì kě] 라고 딱 줄여서 부릅니다. 중국인들도 언어의 효율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줄임말도 많이 씁니다. 그래서 영문 이름이 이렇게 긴 경우, 네임의 요부에 초점을 둡니다. 'skin ceuticals'의 요부는 'ceuticals'이겠죠. 'skin'은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이니까요. 중문 [修丽可]는 '쇼리커'라는 발음으로 '수티컬'과 굉장히 유사한 발음이고, 각각의 한자의 의미를 조합하면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치료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기술을 배경으로 한 클리니컬 브랜드인 [skin ceuticals]의 컨셉과 똑똑한 이미지를 두루 담고 있습니다. 네임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전달하고 있죠.
우리에게도 이 투명한 파란색의 이미지로 각인 되어있는 [BIOTHERM]의 중문명은 [bì ōu quán] 입니다. '비오췐'이라고 발음하는데, 영문과 상당히 유사한 발음이죠? 그런데 단지 발음만 같은 것이 아닙니다. [BIOTHERM]은 유럽의 온천수를 오리진으로 한 브랜드죠. 그 오리진은 비오템의 핵심 요소입니다.
碧欧泉의 한자 의미는 각각 '碧 푸른, 欧 유럽, 泉 샘'인데요. 발음도 유사하지만, 각 한자의 선택을 절묘하게 매칭시켜 '유럽의 푸른 온천'을 떠오르게 하죠. 비오템이 지금은 중국에서도 오래된 브랜드가 되었지만, 새로 진입하는 브랜드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네임만으로 한번에 컨셉과 오리진을 각인 시킬 수 있는 효율성을 함축하고 있죠.
재미있는 또 하나의 사례. 꼭 정식 브랜드 네임이 아닌 펫네임에도 이런 효율성은 더욱 필요합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펫네임에는 제품의 특징을 뾰족하고 인상적으로 담아야하니까요.
[mac]의 립스틱 'marrakech'의 중국 펫네임은 '麻辣鸡丝‘인데요 '마라케시', '마라지스' 발음도 매칭이 잘 되면서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麻辣鸡丝'를 차용한 거에요. '마라지쓰'는 닭의 살코기를 찢어 마라한 맛으로 빨갛게 버무린 음식인데, 그 컬러가 마라케시 립스틱의 컬러와 아주 유사합니다. 이름도 생소하고 어려운 '마라케시'는 '아~ 마라지쓰 컬러!'라고 쉽고 재미있게 구전되고 있지요.
꼭 발음이 같아야만 효율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때 재미있는 컬러감과 개성있는 컨셉으로 주목받았던 [drunk elephant]의 경우 중문명은 그냥 醉象[zuì xiàng]이에요. 발음은 전혀 다르지만 의미를 그대로 옮긴 케이스입니다. 본 브랜드의 네임이 '술취한 코끼리'라는 개성이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로고도 코끼리라면, 이런 니치브랜드가 택할 효율성은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각인시키는 거죠. 네임의 발음이 유사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개성과 로고가 브랜드로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브랜드 네임을 만드는 것에도 이렇게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왕 만드는 브랜드 네임이고 쉽게 바꿀수도 없는 것이 '네임'이기 때문에 어떤 요소를 각인 시켜야 할지, 어떻게 불려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전달할때 효율적이고 유리할지를 고민합니다.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어떤 기획을 하든 마찬가지로 비용과 시간에 따라 효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죠. 돈과 시간, 우리가 가진 자원은 유한하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항상 브랜딩은 장기적인 효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딩의 모든 요소가 그렇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네이밍을 하는 것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