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스몰닷 Oct 27. 2024

106 - 로망을 이루는 브랜드

[handhandhand] 소비자의 '로망'을 실현할 때


여러분들은 어떤 로망이 있으세요? 현실적인 목표도 세우시겠지만, 우리는 항상 마음 속에 아련히 바라는 로망에 따라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로망浪漫 : 중세 프랑스어 ‘romanz’에서 유래했다. 17세기 영어로는 romantic, 프랑스어로 romantique, 독어로 romantisch라는 형용사가 만들어져서 공상적, 모험적, 전기적(傳奇的)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현대사회에서는 꿈이나 공상의 세계를 동경하고 감상적인 정서를 중시하는 창작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콘셉트커뮤니케이션, 2014. 4. 15., 이현영)


현실에서 이루어야하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공상 속에 꿈꾸는 일, 하지만 마음으로 바라는 아름다운 꿈 같은 것이랄까요? 오늘은 이런 로망을 실현하는 한 그래픽 디자이너의 브랜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handhandhand]




[handhandhand 叁手香氛]는 2017년에 상하이에서 출발한 향 브랜드입니다. 3개의 hand로 이루어진 독특한 브랜드 네임은 알렌阿伦, 아준阿俊, 주주朱朱 3명의 창시자로부터 온 것입니다. 처음 브랜드를 접한 순간부터 더 저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들 3명이 브랜딩 크리에이티브 광고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동료였다는 것이었어요.  Ogilvy and Mather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당시 Ed Hardy, Belle 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의 시각디자인을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당시 작업했던 Workshop (참조 : handhandhand.com)


브랜딩,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한번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로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작업을 보고 있자니 호기심과 친근감이 더 들기 시작했습니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더 익숙했던 사람이지만,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도 향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고 해요. 2017년이면 중국 현지에 이렇다할 국내 향 브랜드가 몇개 없던 시기이기도 했고, 향을 사랑하던 그가 직장 동료들에게 직접 만든 아로마테라피 양초를 선물하면 모두들 칭찬을 하고 구매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두 명의 동료와 함께 [handhandhand]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브랜드 네임은 세 동료의 결합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브랜드를 통해 창시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손'으로 하는 작업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어서였을까요, 'hand'는 일종의 '느낌','감각'을 의미합니다. hand craft의 개념에서도 그렇듯이 손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손끝에서 나오는 감각, 라이프스타일의 취향이 있다고 믿는 것이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진짜 자신만의 인생을 결정합니다.'



세사람이 향을 만드는 방법도 일반의 브랜드와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니치 브랜드 [handhandhand]가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는 오롯이 자신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더 익숙했던 세 사람은 시각적 동물로서 향을 대합니다. 보통 일반 향수 브랜드들이 향의 원료나 어떤 특정 향을 놓고 제작을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이미지나 사진을 하나씩 마음속에 콜라주 한뒤 그 시각적 감각에 어울리는 향을 선택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말하자면 시장 니즈에 맞춰 내용물과 제형으로 제품을 만들고 제품 특징을 따라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먼저 해놓고 그 영감에 가장 가까운 내용물을 만들어내는 식이죠. (일반적인 화장품 기업에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았을 때 참으로 획기적인 방법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멋지게 한후, 브랜드 매니저에게 이 디자인에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어주세요. 하는 광경이라니!) 하지만 이들의 '향'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대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것에 적중했습니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대중적인 니즈를 따르지 않고, 거꾸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줄 독특한 무언가를 찾고 있으니까요. 


'시각적 감각과 마찬가지로 향도 지극히 개인적이며

모든 사람의 호감을 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꾸준히 자기의 것을 했더니 어느새 사람들이 따라오더라. 어느 성공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가요? 어떤 카테고리나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handhandhand]는 적어도 취향을 다루는 카테고리의 핵심을 명확히 간파한것 같아요. 디자이너라는 브랜드 DNA를 가진 [handhandhand]는 유명한 유통샵에 들어가 판촉을 앞세우는 일반 브랜드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처음부터 코어 중의 코어 타겟을 공략하기로 합니다. 취향이란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처럼, 가장 중심의 타겟을 건드리면 점차 원이 퍼져나가며 동심원을 그리기 마련이죠. 애초에 모든 사람의 호감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20년 [handhandhand]는 자신들의 감각을 따라 처음으로 해외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시작하고, 2022년에는 독일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여 호랑이 이미지가 그려진 제품 시리즈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고, 점차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기 시작합니다. 

제품의 카테고리는 아로마 향초, 핸드크림에서 향낭, 마스크에 붙이는 향 패치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씬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handhandhnad CASA 라인으로 홈 프래그런스, 디퓨저부터 인테리어 오브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한 사람의 취향이 이르는 곳은 생활 곳곳에 있습니다. [handhandhand]가 추구하는 가치처럼요. 


" Art nurtures our life, smell navigates our mood."

미학은 삶의 자양분이고, 향은 우리의 무드를 이끌어줍니다. 


handhandhand home fragrance, a designer brand based on SENSORY.

When handhandhand designs its fragrance, it extends its research of senses of touch and sight brought along. Each fragrance will inspire you to imagine a picture or yet enjoy an aesthetics life. Art and inspirations add positive experience to our life. handhandhand labels each smell with its special color, emotions and its shape. Different stories of smells are created at the collision between emotion and an aesthetic lifestyle as witnesses of our life.


부티끄에서 출발한 니치브랜드는 작은 핵심 서클에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추종하는 조금 더 큰 서클로 확장해갑니다. 제품의 확장 역시 삶의 더 많은 측면으로 접근해가며, 판매 채널을 넓혀갑니다. 2018년 [Little B] 뷰티 편집샵, 2020년 [HARMAY]에 입점한데 이어 2021년에는 [TSUTAYA] 서점에 진입하고, 2022년 1월 상하이 용푸루에 첫번째 단독 체험매장을 오픈했습니다. 2023년에는 베이징 타이쿠리 산리툰에 팝업을 열었고, 몇달 전에는 프랑스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 불리는 [Librairie Jousseaume]에 입점하기도 했어요. 


강력한 니치브랜드들이 많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채널의 가치를 초월하는 시대. 이런 시대에 브랜드가 단일 채널에서만 살아남을수 있다면 그것은 브랜드 가치가 아닌 판매 능력일 뿐입니다. [handhandhand]는 자신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것을 증명해냈을 뿐 아니라, 제품이 판매되는 어느 공간에서도 매장과 위치선택, 인테리어 스타일,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것을 직접 디자인합니다. 채널을 기준으로 하는 공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결을 지키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원을 그려나가는 것이죠. 최근 전통적인 판매채널 (티몰입점, 타오바오 등), 마케팅 방식이 모두 경계가 허물어지며 소비자 중심으로 다양한 멀티 채널전략이 바뀌어가는 시점에 [handhandhand]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것 같네요.   


니치브랜드이든 대중브랜드이든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시작합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뭔가요? 닭과 달걀과 같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어떤 브랜드를 소비할 때, 그 것이 놓이는 씬에서 그들의 로망을 실현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요. 

[handhandhand]라는 브랜드가 타겟들에게 환영받는 이유는, 그가 가진 독특한 접근 방식과 그것의 결과물, 그것이 팬들의 마음 속에 동경해온 그 로망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전 14화 105 - 보편적 니즈에 크리에이티브 한 스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