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b town]의 살아있는 라이프스타일
요즘 유독 브랜드가 단편영화의 방식으로 브랜딩을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인플루언서들의 마케팅이 주요해진 시대 역시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의 인플루언서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기획된 것이든, 원래의 일상이든) 을 대중들에게 노출하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죠. 사람들은 그 사람이 가진 생활 방식에서 영감을 얻고 동경하고, 내 라이프스타일을 맞추어 가고,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죠.
"라이프스타일은 꼭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에게도 라이프스타일이 있어요. 브랜드도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성격도 있고,
철학도 있고, 취향이 있고, 친구도 있고요, 라이프스타일도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렇게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브랜드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본캐는 커피, 부캐는 라이프스타일 소사이어티인 [SLAB TOWN] 입니다.
[SLAB TOWN]
언제부터라고 해야할까요, 제가 상하이에 처음 와서 살기 시작한 2014년 까지만 해도 분명 카페가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로컬 브랜드 중에는요. 차의 민족인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확실히 차 보다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 같습니다. [SLAB TOWN]은 종종 상하이에 출장을 가면 들르는 카페 중에 하나인데, GOOD IS ENOUGH 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어요.
[SLAB TOWN]은 2020년에 태어난 카페입니다. ‘Slab town’이라는 이름은 세상에 최후로 남은 히피들의 땅, 자유의 성지 ‘Slab City’에서 왔다고 해요. 자유로운 영혼들, 히피와 예술가들이 만든 슬랩시티처럼 ‘모든 사람들의 자유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富民路Fùmín lù의 한 모퉁이 자리한 카페는 공간은 아주 작지만, 도시의 황무지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습니다. [SLAB TOWN]은 상하이라는 도시가 그렇듯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오고 가고 개성있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커피는 그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본캐인 커피를 매개체로 하고있기 때문에 기본인 커피에 매우 진심입니다. 매월 다른 종류의 원두를 소개하고, 원두를 탐색하고 선별하는 과정을 공개 커핑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공개 커핑 역시 하나의 브랜딩 요소가 되어서 이 자리를 통해 커피로 연결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교류의 장이 됩니다.
커피를 기본으로 하지만 커피이야기만 하지 않아요. 동시에 [SLAB TOWN]은 커피를 매개체로 다양한 사람들을 엮는 소사이어티를 추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판 살롱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SLAB TOWN]의 디자인에서도 느끼셨겠지만, 황무지 같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자연 속에서 쉼을 얻고, 지속가능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브랜드에요. Wild한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린 컬러를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Go with wild 캠페인
자기 텀블러를 가져오거나, 원두 캔틴을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고, 100위안이상을 마시면 친환경 종이백을 제공합니다.
Ride the wild 캠페인
상하이의 자전거&라이딩 플랫폼 [Rideal], [Tokyobike]와 함께 상하이 도심을 라이딩하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Movie night <into the wild>
브랜드의 영감이 된 영화 <into the wild>를 함께 보는 이벤트도 열구요.
GO OUT
도심의 밤을 함께 달리는 러닝 이벤트나, 근교 공원에서 하룻밤을 함께하는 캠핑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테니스 클래스를 열기도 해요. 커피 브랜드가 테니스 클래스를 연다니요? 요즘 중국 젊은 친구들 사이에 인기인 Frisbee 飞盘도 빼놓을 수 없죠!
[SLAB TOWN]의 자연, 아웃도어 컨셉과 활동때문에 패키지 역시 자연스럽게 아웃도어 용품처럼 만들어집니다. 캠핑 기어 같기도 한 패키지는 기능성은 물론이고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Collaboration
감각있고 센스가 넘치는 슬랩타운답게, 콜라보 하는 브랜드도 영리하게 만나죠. [Tokyobike], [Salomon], [VANS], [BEAT WILD] 처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크래프트 맥주 [8PINTS], [三顿半 Sān dùn bàn] 같은 리사이클링 캡슐커피, 또 지난 호에 소개해드린 펫브랜드 [Pidan]도 [SLAB TOWN]의 콜라보 친구에요.
[SLAB TOWN]의 바리스타 멤버 중에는 음악을 하는 친구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고, 다양한 직업과 취미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멤버 자체가 슬랩타운이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진정한 개성을 보여주기 바라고, 이 곳에서의 소통을 통해 그들 뒤에 숨겨진 멋진 이야기들이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이 멤버로부터 출발해서 슬랩타운이 브랜딩하는 많은 활동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확장되고 성장해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타운이 되길 바라죠.
富民路Fùmín lù 의 [SLAB TOWN]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브랜드라는 것은 원래 이렇게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지속되고 성장해 가야하는 것’이라구요. 그것이 한 사람으로부터든, 어떤 조직부터든지, 또는 어떤 가문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든지, 혹은 어떤 기업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해도 말이죠. 이자연스럽게 태어나 지속되는 브랜드에는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브랜드의 초반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저에게는 늘 숙제와 로망 같은 것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제가 만드는 브랜드 컨셉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유전자로 자리잡아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그래서 브랜드 컨셉의 코어를 잡고 나면 브랜드의 성격(퍼스낼리티), 브랜드의 언어,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지지하고 이어 나가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SLAB TOWN]의 컨셉을 잡았다면 ‘Free / Local / Society / Sustainable / Slow / Wild’ 같은 키워드들이 보고서에 써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보고서에 써 있는 키워드들은 그것이 실제 그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로 체화 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보통 브랜드 문화, 기업문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오늘 보여드린 [SLAB TOWN]이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축으로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