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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스몰닷 Oct 27. 2024

201- 문화를 파는 브랜드

[MUKZIN 密扇]이 전하는 중국 신 문화

지구인들에게 메세지를 전해야 하는 미션을 들고 온 외계인. 무엇을 매개로 삼아야 할까? 어디로 침투해야 하지? 지구인들이 쓰는 언어로 강의를 하든지, 그림 작품을 통해서? 멋진 건축으로 모여들게 하는 건 어떨지? 마지막으로 택한 것은 브랜드. 지구인들은 소비의 인간이니까. 저는 가끔 어떤 브랜드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옷이든, 문구든, 카테고리와 제품은 그저 매개체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요. 


오늘 소개할 [MUKZIN 密扇] 이라는 브랜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터를 쓰면서 좀 찾아보니 몇몇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다는 기사가 보이기도 하네요. 먼저 어떤 스타일인지 눈요기를 좀 해 볼까요. 





[ MUKZIN 密扇 ]



처음 [MUKZIN 密扇]을 접했을 당시부터 제 눈길을 사로잡은 로고입니다. 호랑이 위에 부채를 들고 곡예를 하는 여인.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호기심이 드는 로고가 제 첫 인상이었어요.  '密扇mi shan' 이라는 중문 브랜드 네임은 '비밀 부채'라는 의미인데요. '密'는 동양의 신비를 상징하며, '扇'은 중국의 전통요소인 부채이자 중국어 '善'과 같은 발음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비밀의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중국의 문화에 헌신하는 브랜드'. [MUKZIN 密扇]의 철학과 컨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 The Mystery of Aesthetics Originated from the Orient '


[MUKZIN]은 2014년에 태어난 브랜드입니다. 창립자인 Kate Han은 영국 유학 출신 중국인인데요, 어린 시절부터 가족 대대로 의류 사업을 하던 집에서 태어나 직물에 대해 이해가 깊고 영국의 LEED 대학 섬유재료를 전공한 후 [VIVIENNE WESTWOOD] 브랜드에서 근무를 했다고 해요. 처음 [MUKZIN]의 옷을 보고 비비안웨스트우드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우연이 아니었나봅니다. 브랜드의 반항적이고 혁신적인 정신에 매료되어서 본인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런 정신을 이어가보자는 생각으로 [MUKZIN]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미지에서 부터 강하게 느껴지듯이 [MUKZIN]은 본인들의 뿌리인 중국 문화의 사고방식을 재해석해 현대를 대표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듭니다. 독립적인 미학을 가진 문화를 사랑하는 개성넘치는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죠.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트렌디하고 쿨한 스타일! 이것이 [MUKZIN]이 추구하는 방향이에요.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하면서 얻은 서양의 패션 언어로 중국의 전통을 재 구성해내는, 새로운 차원의 신 오리엔탈리즘이죠.  


단순히 전통의 어떤 요소를 모티브로 가져와 디자인에 담는 것이었다면 패션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충분하지 않았을거에요. 그런 옷은 사실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패셔니스타들은 중국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템을 선택할 만큼 국뽕에 취해있지도 않으니까요. 이런 로열티 높은 브랜드의 팬들을 보유하기까지는 [MUKZIN]이 가진 고유의 해석력이 그 키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전통 문화는 거대한 문화 시스템입니다. 수천년 상속과정에서 많은 개념이 해석되어 왔고, 올바른 문화적인 컨셉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의류 디자인과 결합하는 것이 디자인의 출발점입니다. 전통을 이어가면서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부합하는 디자인. 이것이 우리가 계속 탐구하는 것입니다."  



상상력은 스토리에서 옵니다.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해본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재해석 할때 필요한 것은 상상의 힘이고, 그러려면 고정된 것이 아닌 상상의 여지가 있는 것을 차용하죠. [MUKZIN]이 중국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중국의 신화, 전설, 구전되는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시와 노래는 모두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신비감을 주니까요. 

중국의 대표적인 설화인 <山海经>의 신화부터 <西游记>, 청나라의 희곡인 <昆曲>, 명나라 말기의 사랑극인 <桃花扇>, 민국 광고 속 미인 사진에 이르기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야기가 있는 중국의 문화 요소들을 접목시켜 패션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현대의 트렌디한 타겟들이 사랑하는 디자인 디테일을 결합시켜 [MUKZIN]만의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이런 전설의 이야기들 속에는 암시가 있고, 마치 이런 암시들이 코드로 환생해 현대의 패션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는 기분이에요. 

전통을 해체해 '나'를 거쳐 다시 결합하는 혁신

[MUKZIN]의 옷을 보고 있으면 비비안웨스트우드 뿐 아니라 마르지엘라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해체주의의 대표 디자이너인 마르지엘라처럼 중국의 전통 문화와 요소들을 해체하고 다시 현대에 접목해 테일러링 합니다. 고대와 현대, 서양의 패션언어와 동양의 철학, 오리엔탈 전설과 서양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절묘하고 조화롭게 접목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능력이 진지한 철학을 가지면서도 위트있고 참신한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우리는 맹목적으로 전통의 요소를 이용해 중국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치 이전 마르코폴로가 묘사한 '황금의 나라'가 아직 있는 것처럼,

우리가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독특한 동양 스타일을 탄생시키기를 원합니다.

역사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새로운 중국 스타일.

전통에 깊게 뿌리 내리면서도 이 시대의 맥박을 건드리는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 [MUKZIN] 위챗 공식 컨텐츠 中 - 


2018년 중국의 무술 문화에서 착안한 여기사 시리즈

2021년 시리즈 '嘉珑' 에는 중국의 무형문화유산 수공예인 '기난 티베트 자수'를 디자인에 접목했는데요. '嘉珑'의 의미가 원래 티베트 소녀들이 성인이 되면 머리를 땋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자수와 결합해 창작한 시리즈입니다. 정교한 수공예로 제작되는 자수 스티치와 모던한 수트, 퍼프 소매의 만남. 티벳의 로브를 모티브로한 디자인. 티벳의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자수 토템 사용하는 것에서 착안한 토템문양과 허리와 사선으로 둘러진 체인도 티베트 인들이 착용하던 습관에서 온 것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매개체로 침입한 MUKZIN 만의 이야기

[MUKZIN]은 브랜드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 시즌마다 많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오고 있는데요. 2014년에는 만화가와 협업하여 중국 문화를 재해석한 여러가지 삽화를 제작하고 2017년에는 신진 일러스트 아티스트와 협업해 런웨이 슈즈를, 또 VIP를 위한 리미티드 립스틱을 만들기도 하고, 전 롤링스톤즈의 편곡가였던 George Leong은 쇼를 위해서 특별히 음악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MUKZIN]은 국내 뿐 아니라 여러 해외 아티스트들과도 함께 작업하기로 유명한데, 패션쇼를 위한 오프닝 비디오, 중국의 고전음악과 일렉트로닉 록을 결합한 쇼 음악 등 옷뿐 아니라 매체와 쇼 등 메세지를 전달하는 모든 곳에 자신들의 스타일을 심혈을 기울여 담아냅니다.


[MUNZIN]의 옷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런 라이프 시나리오에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을 것을 믿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이런 연결이 브랜드를 더 굳건히 해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같은 와인을 마시고,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이 브랜드에게 또 다른 형태의 끈기와 영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패션 브랜드가 아닌 문화 브랜드로, 패션은 단지 캐리어일 뿐이라는 [MUKZIN]의 말처럼, 전통을 이야기하지만 현재에 주목하고 동시대적인 컨텐츠를 창조하는 브랜드. 동양이라는 미학에 뿌리 내리고 있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보여주며, 누구나 자신을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심어주는 [MUKZIN] 이런 브랜드야 말로 요즘 세대들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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