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낙인

by 문단

나의 6학년 3월은 선명한 채도로 기억된다.


거울 속의 나는 제법 괜찮은 열세 살이었고, 스스로를 긍정하는 마음이 얼굴에 적당히 배어 있었다.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그 정도의 규칙이 지켜지는 곳에서 교실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다.



물론 그 평화로운 영토 한구석에는 아토피라는 지독한 동거인이 들러붙어 있었다.

밤마다 긁어 피가 맺히는 건 아프지만 익숙한 일이었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었다.

그 고통이 내 존재를 정의하는 이름표가 되거나

내 삶의 주권을 흔들 만큼 큰 위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규정할 낙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4월의 침입자]



우리 반으로 전학 온 한 남자아이는 전학생 특유의 조심스러움 대신 포식자의 기민함을 품고 있었다.

교실의 권력 지형을 빠르게 파악하던 그의 시선은 결국 내 얼굴 위 붉게 올라온 아토피 자국에서 멈췄다.

그리고 입술 사이로 단 한 마디가 툭 떨어졌다.


“야, 너 곰팡이 같아.”


그 말은 내 이름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찰나의 정적 끝에 교실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어제까지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비밀을 나누던 친구들의 얼굴에서도 미묘한 망설임이 스쳤다.

마치 내가 닿으면 옮을지도 모를 오염물이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의 눈빛은 일제히 경계의 색으로 물들었다.



‘곰팡이’.



습하고 어두운 곳에 스며들어
결국은 박멸해야 하는 존재
더럽고 불쾌하며, 거리를 두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것.


그 단어가 내 이름 위에 겹겹이 붙는 순간
나의 열세 살, 봄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계절이 아니었다.




[경계의 자리]



나는 완전히 고립된 섬은 아니었다.


여전히 내 곁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우리는 평소처럼 짝을 지어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교실 전체를 지배하는 공기는 이미 나를 공식적인 왕따로 규정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웃다가도 몇몇 아이들의 시선이 스치면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고,
그 순간마다 친구들은 말끝을 흐리거나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나를 부끄러워했고
자신들에게 옮을지 모를 낙인을 두려워하며 슬그머니 거리를 두었다.


어제까지의 다정함은 조용히 형태를 잃었고
그들은 침묵이라는 가장 쉬운 길을 택해 나를 그늘로 밀어 넣었다.


당혹스러움에 입술을 깨무는 사이


나는 친구는 있었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도, 완전히 기댈 수도 없는
이상한 지옥에 갇혀 있었다.




[현미경 아래의 얼굴]



거울 속에는 여전히, 분명히 못나지 않은 내가

서 있었지만,

교실 안의 시선은 이제

내 얼굴이 아니라 그 악의적인 별명을 현미경처럼 확대해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침입자가 던진 말 한마디
그리고 그 말에 조용히 동조한 침묵들 속에서
나의 세계는 그렇게 기만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것은 단순히 어느 괴롭힘의 시작이 아니었다.


한 인간의 존엄이 사실도 아닌 ‘말’에 의해
그리고 방관이라는 ‘선택’에 의해



어떻게 살해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잔인한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