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미움받는 교실

by 문단

이름 대신 ‘곰팡이’로 불리게 된 이후로
교실은 늘 가시방석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낙인보다 내 목소리가

더 선명했고, 피아노 앞에 앉아 음을 맞출 때면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왕따라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규칙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의 침묵 속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규칙이 내 목소리를 완전히 꺼버리는 일이라면, 나는 끝까지 버텨내고 싶었다.




[노래 실기 시험 —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



음악 실기 시험이 있던 날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떨리는 마음으로 교탁 앞에 섰다.


왕따가 된 아이가 살아남는 방식은 명확했다.

존재감을 줄일 것


목소리를 낮출 것


눈을 마주치지 않을 것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규칙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튀지 않을 것.


하지만 노래 앞에서만큼은 가슴을 펴고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예쁜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 순간만큼은 숨고 싶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자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칭찬을 쏟아냈고
나는 만점을 받았다.


자리로 돌아오는 발걸음 사이로
조심스러운 기대가 스쳤다.


혹시 조금은 다르게 보아줄까?


그러나 자리에 닿기도 전에 들려왔다.



“저 곰팡이, 나대는 것 좀 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고, 책상에 엎드려 숨죽여 울었지만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시끄럽다는 말들이 연달아 박혀왔다.


그 순간 처음 생각했다.


내가 잘해서 미움받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미움받는 걸까?




[조별 과제 — 창작이 죄가 되던 순간]



몇 주 뒤, 조별로 ‘조가’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다른 조들은 원래 있는 노래에 가사만 바꿔왔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밤마다 녹음기를 들고 곡을 만들어 가사를 붙였고,

쉬는 시간과 방과 후에도 조원들과 연습을 이어가며 완성했다.


“얘들아, 여기 5조 해온 것 좀 봐.
노래까지 직접 만들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다들 박수 쳐줘.”


선생님은 우리 조 작품의 창의성을 칭찬했고 다시 만점을 주셨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너 이거 어디서 베낀 거 아니야?”


증거는 없었다.


내가 만든 거라고 말해도 내 말은 닿지 않았다.

그 순간 다시 한번 마음이 멈칫했다.


‘나대지 말았어야 했나.’


그 생각이 ‘나를 잃지 않으려 했던 마음’과 서서히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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