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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May 21. 2021

시간 주변을 서성거림


한 달 후면 환갑, 60세가 된다. 나는 자주 시간 주변을 서성거린다. 무얼 할지 망설이면서 보낸다는 얘기다. 누구나 있는 루틴(일상)이 내게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일상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 않는다. 


요가를 13년째 매일 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아니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겪은 후 지금껏 나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처방약이다. 많이 차분해졌고 이 나이에 특별히 아픈 곳도 없으니 고마운 일이지만 불교적 수행 방법이어서인지 할수록 인간적 고립감을 피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독서 취향도 잡학 수준이다. 문학, 역사, 철학 어느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소설과 시에 심취하기에는 경쟁을 견뎌야 했던 학창 시절이 너무 길고 깊었다. 철학은 너무 어려웠고 그나마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기보다 독자들에게 저자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에 주로 감탄하는 등 샛길로 빠지기를 좋아한다. 그래도 서점에 자주 가서 책을 고르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이른바 철학 고전을 들고 와 읽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와중에도 저자의 생각이 의아한 순간이 있다. 대단한 철학자인데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다. 저자가 지금의 나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썼고 무엇보다 저자가 남성이어서 가지고 있는 한계가 보인다. 경험의 한계는 제아무리 천재라도 넘기 힘든 장벽이다. 나이가 들수록 읽고 싶은 책, 읽을 만한 책도 줄어드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은 젊은이들일 것이고 나는 더욱더 공감하기 힘들 것이기에...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 교회 모임에 다닌 적이 있다. 신앙도 없는 상태에서 고립감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는데 믿음을 가장하고 있다는 죄책감으로 유쾌하지 않았다. 


시간을 조립하듯이 짜서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게서 떠난 지 오래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채우지 못한다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면서 인생 별거 없다고 선배들이 한 말을 어느새 내가 반복하고 있다. 별 의미 없는 삶을 의미가 있는 줄 알고 열심히 찾아다닌 기분, 약간은 속은 기분까지 들면서... 이렇게 갈팡 질 팡하면서 나와 시간의 관계는 삶의 의미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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