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슈퍼크루즈’, 한국 도로에서 시작된 새로운 주행 실험
손을 놓는다는 건, 단순히 운전의 변화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건 자동차가 인간의 집중 대신 기술의 신뢰로 달리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2025년 10월, GM이 한국 시장에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Super Cruise)’를 공식 도입했습니다.
북미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상용화된 시장이며, 한국은 아시아권 중 최초로 이 기술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차량 옵션의 확장이 아니라, 운전의 개념 자체를 새로 쓰는 선언문에 가깝습니다.
라이다 지도 위에 세운 ‘한국형 핸즈프리’
슈퍼크루즈의 핵심은 라이다 기반 HD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도로의 기울기, 차선 곡률, 심지어 버스 전용차로까지 계산해 차량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여기에 카메라·레이더·GPS를 결합해, 어둡거나 비 오는 날에도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갑니다.
운전자는 단 한 가지 규칙만 지키면 됩니다.
손은 놓아도 좋지만, 시선은 반드시 전방을 향해야 한다는 것.
이는 단순한 기술의 신뢰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GM은 한국 도로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위해 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라이다 HD 지도와 국내 전용 OTA 서버를 구축해, 한국만의 복잡한 도심 도로와 교통 패턴을 반영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도입은 ‘단순한 해외 기술 이전’이 아니라, 한국형 자율주행 시스템의 첫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슈퍼크루즈는 먼저 캐딜락 신차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후 쉐보레와 GMC 차량으로 점차 확대되며, 기능 업데이트는 무선으로 이루어집니다.
국내 서버가 직접 운영되는 만큼, 지도 개선 속도와 정확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은 완전 자율주행 단계가 아닙니다.
운전자가 필요 시 개입해야 하는 레벨 2+ 단계로, 법적 기준과 보험 체계 정비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제시하는 ‘핸즈프리’의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운전의 부담을 덜고, 이동 시간을 효율로 바꾸는 새로운 흐름이 이제 막 한국 도로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차량이 스스로 달리는 것보다, 운전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전대를 놓는 순간, 차가 대신 보여줄 세상.
그 길의 첫 출발점에 한국이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