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기
허리통증으로 근 3주를 앓았다.
내가 아프며 깨달은 건 육아에는 병가, 연차가 모두 없다는 거다. 아파도 지리한 생활은 계속해서 굴러간다.
아이는 내가 아픈지 모른다. 아이는 내 통증과 무관하게 똥을 싸고 밥을 먹어야 하며, 보채고 논다.
톱니바퀴에 이가 빠졌는데 계속 굴러가다보니 수레가 덜커덕덜커덕대다가 덜그덕덜그럭대다가 거의 다 부서질 지경에 이른다.
괴롭다. 아팠던 건 3주 전, 어린이집에 아이를 잠시 맡기고 몇시간 꼼짝없이 카페에 앉아 그 동안 신나게 쓰고 싶었던 글을 맘껏 쓰던 그때부터였다.
자세가 잘못되었던건지, 허리도 참을 만큼 참아주다가 이제 더이상은 못버텨주겠는지 통증이 터졌다.
아픈 몸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갈 만큼 내 자세는 좋지않았다. 출산 후 살이 빠지며 근육이 전부 빠졌고, 힘이 거의 없었던 내게 아이를 들어올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거운 유모차와 아기 가방, 짐 등을 되도 않는 몸으로 나대면서 씩씩하게 번쩍번쩍 들어제끼니 허리 입장에서는 황당했을듯?!
온전히 허리힘으로 모든 걸 버텨내던 매일의 일상은 허리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빡센 일정이었을 거다.
임신 만삭 때부터 아팠던 허리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엉덩이 가운데 뼈와 척추가 연결된 부분인 것 같은데 서거나 앉아있으면 기분나쁜 고통이 주욱 찌익- 하고 나를 괴롭힌다. 치통과 같은 통증인데 허리로는 이런 기분나쁜 통증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찌익 하는 찌릿함 때문에 머리 두통도 함께 온다.
아프고나니 내 신체에 그 부분이 어디 있는지, 그 뼈는 어떻게 생긴 건지. 어떨 때 쓰는 건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다. 멀쩡할 때는 관심도 없었던 부위가 삐걱대기 시작하니 조금 관심을 받는다.
인간이나 신체나 관종끼가 다분히 있나보다.
"야, 허리, 너 거기 있었냐?"
"허리 밑의 척추뼈야 네가 그동안 고생했구나."
"하...내가 자세를 고칠게. 미안하다. 용서해라."
서울에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다녀왔다. 명의 포스가 풀풀 풍기는 할아버지 직전의 중년 한의사가 침대에 나를 누우라고 하더니 말했다.
“근육이 대체 왜 이렇게 없어요?”
“이렇게 살다간 노인이 돼서 참혹해져요.”
“네? 참혹해져요?”
참혹하다는 단어가 내게 주는 충격이 거셌다.
“뼈가 흔들리면 흔들린 대로 근육이 잡아주지 않으니까 평생 고통스럽고 참혹하지요.”
충격적인 말을 무덤덤한 말투로, 당연한 걸 대체 왜 묻냐고 하는 한의사 선생님.
나는 한의원에서 충격 한방을 세게 맞고 한방 치료를 받았고 한방 약을 먹었다. 참 신기하게 허리가 틀어졌고 그래서 여긴 아프고 여기를 누르면 안 아플 거라며
눌러대는데 정말 한의사 선생님이 내 몸의 리모컨을 주무르는 것처럼 신기하게
“안 아프죠?”하고
누르면 안 아팠고
“여긴 아프죠?”
하고 누르면 너무나 아팠다.
이미 한의사 선생님에게 맘을 뺏기고 여러 치료를 받았다. 한의원이 처음인 나는 새 치료를 받는데 한편으론 웃음이 났다.
둥근 마사지 기구에 허리를 눕히고 무거운 아령을 한쪽으로 들고 있었다. 돌아간 허리를 제자리로 돌리는 치료. 다음으로는 척추에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허리를 죽 늘이는 치료
다음으로는 누워서 고무 망치로 허리를 땅땅 치는 치료.
고무 망치로 허리를 칠때는 짐승같은 으억으억 소리가 절로 나와서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참으로 배꼽잡고 웃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상상을 하며 아프면서도 나는 비명 중간중간 피식 웃었다.
한방 의학은 믿지 않았던 내가 우스꽝스럽지만 아주 시원한 치료를, 무뚝뚝한 말투의 명의 느낌 폴폴나는 한의사 선생님께 받고 있으니 아프면서도 웃음이 났다. 침도 맞고 약도 먹고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마쳤다.
너무나 신기하게 가뿐해진 허리에 나는 아멘이라도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한시간이나 운전하며 돌아온 뒤에 다시 허리가 틀어져 더 아팠지만 무튼 신기한 경험이었다.
신기했지만 결국엔 내 몸에 맞지 않았는지, 장기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선지 한방에 치료는 안 됐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