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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으로 말하는 법

상대와 상황에 적합한 의사소통.

by 장윤서

책 한 권을 빠뜨리고 반납한 것을 알게 되어 엄마랑 집 앞 도서관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공원에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한 명이 삽으로 낙엽 더미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터뜨리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그 아이에게 ‘그러면 안 돼. 비닐이 터져서 낙엽이 새어 나오잖아. 그러면 다시 비닐을 씌워야 한다고.’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 말이 먹혀서 아이의 행동을 멈출 수는 있었지만, 나의 말이 과연 그 상황에 적절한 의사소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한 명령을 넘어 낙엽 봉지를 터뜨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나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행동으로 인해 낙엽을 주워 담은 분의 수고가 허사가 된다, 흐트러진 낙엽을 보고 얼마나 낙담하실까, 두 번 일하시게 하지 말자’ 이런 식의 상대의 눈높이에 맞는 상황 설명과 감정 자극이 있었더라면 그 아이도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인식하고 뉘우치지 않았을까 약간의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이렇게밖에 못 했던 스스로의 의사소통 스킬에 한탄을 하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상대와 상황에 맞추어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냉정하게 나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빚지지 않으면 다행인 정도.


나는 직설적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솔직한 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싸가지가 없다. 가식적인 것을 싫어해서 아부나 선의의 거짓말을 잘 못한다. 대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은 잘하는 편이다.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하고, 상대가 멋있으면 멋있다고 하고, 좋은 것은 좋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무엇이 좋다고 말한다면,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나는 태도와 기분을 드러내는 것이 투명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렸으리라. 싫은 말은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냉소적인 태도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말은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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