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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북부에서 일하기5

이제 진짜 '일' 시작?!

by 장윤서

3일 동안의 축제가 끝나고 함께 했던 봉사자들, 공연자들과 아쉬운 이별을 맞이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인연이 닿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며. 여행 중에 외국 친구들을 사귀면 반드시 헤어짐의 시간이 도래하고 다시 만날지조차 확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했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아름다운 추억을 발판 삼아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미의 워크어웨이로 축제에 오게 된 봉사자들 중에서 나를 포함한 몇 명은 요크목(Jokkmokk)에 있는 사미 문화 센터 재단장 일까지 참여하였다. 요크목은 스토르포센 폭포보다도 더 북쪽에 있는,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마을이다. 지미와 리브 커플의 집에서 10일을 머물며 사미 문화 센터를 재단장하였다.


사실 말이 재단장이지 대대적인 공사가 따로 없었다. 원래 박물관이었던 곳을 사미 댄서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이었는데 먼지 구덩이 공연장을 청소기와 걸레로 청소하고, 무거운 장판들을 옮기고, 장식용 조약돌을 삽으로 퍼서 바깥에 옮기고, 도랑의 잡초를 뽑고 흙을 퍼내는, 체력 소모가 심한 단순 작업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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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을 되살리기 위해 잡초와 흙을 퍼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지미와 리브 집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제공받는, 또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게끔 식재료를 제공받는 대신, 하루에 5시간씩 일주일에 5번 일해야 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하루에 5시간이면 긴 시간은 아니지만 5시간 동안 먼지를 마시며 무거운 것을 나르고, 허리를 굽히며 일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같이 일했던 독일 출신의 저먼 보이는 독일에서 건설 근로자로 일을 해온 친구라 익숙하게 움직였지만 나와 스페인에서 온 두 명의 샐러드걸들(드디어 샐러드로부터 해방된)과 30대의 슬로베니아 친구는 매일 죽어나갔다.


청소.jpg 먼지가 가득한 공연장을 깨끗이 청소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특히 조약돌의 지옥은 끝이 나지 않았다. 벽과 바닥 사이 20cm 정도 난 틈에 있는 조약돌을 포대에 옮기는 일이었는데 이 틈이 공연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끝이 나지 않는 작업이었다. 조약돌도 너무 많아 포대에 옮겼을 때에는 무게가 상당했다. 무엇보다도 조약돌을 삽으로 퍼 포대 안에 내려놓을 때 먼지가 너무 많이 발생해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작업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다 추억이고, 스웨덴에서 그렇게 일했다니 웃음이 나오는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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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 놓인 조약돌을 삽으로 퍼내어 바깥으로 옮겨야 했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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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조약돌 지옥, 주황색 포대가 차면 손수레를 이용해 바깥에 쌓아놓고 다시 시작.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그럼에도 요크목 생활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다른 봉사자들과 서로 의지하고 유대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저녁을 만들고, 한 자리에 둘러앉아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했다. 여기를 ‘세이프 존’, 즉 ‘무슨 말을 꺼내도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곳’으로 정하고 각자의 부끄러웠던 기억들이며, 기묘했던 여행 후기며, 연애며, 인생 고민이며 바깥에서는 쉽게 꺼내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나갔다.


어쩌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오히려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에게는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낯선 이에게 속을 터 놓기 더 쉽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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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저녁.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봉사활동 중 스리랑카 출신인 데쉬의 생일이 다가와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해주기로 기획했다. 오전에 저먼보이 루이스와 나는 데쉬를 데리고 운동을 하러 나갔고, 긴 산책을 유도해 나머지 친구들이 깜짝 케이크를 만들 시간을 벌어주었다. 작전은 대성공! 데쉬는 정말 고마워했고 우리도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흐뭇했다.


개인 일정이 있어 데쉬는 요크목 생활 초반부에 떠나야 했지만 그동안 유일한 경험자로서, 데쉬는 작년에도 스카이데 축제에 참여했고 요크목에도 방문하였다, 리더로서 우리들의 중심을 잡아준 믿음직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또 가는 곳마다 언어를 습득하여 스웨덴어를 포함해 7개 국어를 하는 배울 점이 많은 부지런한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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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생일 케이크와 각자의 언어로 적은 생일 축하 카드, 데쉬가 만들어준 이탈리아 음식 브루스게따.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일주일 중 금요일은 요크목의 중요한 날이다. 바로, 피자가게 댄스파티가 벌어지기 날이기 때문이다. 요크목 시내에 위치한 피자가게에서 금요일 저녁만 되면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으로 밀어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다. 청소년들은 청소년용 저속 자동차를 운전할 수가 있는데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경적을 울리며 시내를 왔다갔다 요크목의 들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리브와 지미의 집에서 불금을 즐기기 위한 단장을 하며 1차로 가볍게 몸을 데웠다. 서로의 얼굴에 반짝이를 뿌려주며 요크목 새로운 방문객들의 입장을 화려하게 준비하였다. 드디어 피자가게에 들어가 요크목 주민들의 시선을 느끼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스페인과 남미에서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라틴 트랩부터 독일 랩, 누구나 아는 전 세계 음악들이 나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민들과 통성명을 하고 같이 춤을 추며, 춤이라기보다는 관절들의 움직임으로 기억하지만, 요크목 피자리아 파티를 즐겼다. 여행할 때 나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영상을 촬영하는데 이날 밤의 영상은 술 아니, 분위기에 취한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워 지금도 끝까지 보기가 어렵다. 이렇게 또 요크목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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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분위기... 더 자세한 사진은 생략한다. (c) 2025. 장윤서 All rights reserved.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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