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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함께 사진 찍자고 다가오는 여인들

by 보리차

세계에서 가장 예쁜 미인들은 어디에 있을까? 보는 눈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중동 여인들이 가장 완벽한 미인인 듯하다. 그들이 히잡을 쓰고 그 미모를 가리고 지낸다는 것은 세상의 아이러니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그 중동의 미녀들이 나에게 다가와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수차례 겪은 신기한 경험이다.


1년 전 요르단에 갔을 때이다. 와디무사 마을의 호텔 리셉션에 있던 분홍빛 히잡을 두른 젊은 여자를 보는 순간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최고의 미인인 올리비아 핫세를 떠올리게 하는 미모이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는 나를 쳐다보던 눈빛이 정말 별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반가워한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며.


이번 여행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침 일찍 찾아간 바르도 국립 미술관. 이국적인 느낌이 확연히 드는 모자이크 형태의 미술 작품들을 인상 깊게 둘러본 후 잠시 화장실에 들른다. 그때 한 여인이 엄마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그리고는 뒤이어 나에게도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 모습을 보던 다른 여인들도 다가와 카메라를 높이 들며 나와 함께 셀카를 찍는다. 하! 이게 무슨 일인가. 화장실에서 엄마와 나는 생전 처음 보는 튀니지 여인들과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은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시디 부 사이드에서도 히잡을 쓴 예쁜 여인들이 다가와 우리에게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없겠냐고 한다. 시디 부 사이드의 금방 터질듯한 짙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꼭 닮은 대문 앞에서 우리는 튀니지의 여인들과 정다운 모습의 사진을 남긴다.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보고 한국 사람인 줄 아는 걸까?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면 왜 이리 반가워하는 걸까?


예전에 미얀마의 마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과 일본인, 중국인을 구별할 수 있나요?”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요?”

“외모로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지만, 말소리를 듣고 알아요.”

아랍의 여인들은 어떻게 한눈에 엄마와 나를 보고 한국인인 걸 아는지 알 수 없지만, 한국인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알 수 있다. 한류! 한국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어딜 가나 반복되었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일본인이세요?”

“아니오.”

“중국인인가요?”

“아니오!”

“그러면요...?”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게 하나 있다. 앞에는 ‘KOREA’, 뒤에는 ‘한국’이라고 쓰여있는 모자다. 이 모자를 챙겨 온 이유를 묻는다면 한국인임을 티 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정말 언젠가부터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한국어를 한다는 것도 자랑스럽다. 아프리카 잔지바르에 갔을 때,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 하며 호객하던 사람들을 만난 이후부터였던 거 같다. 세상의 끝인 듯한 잔지바르에서 나를 보자마자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라웠었다. 사실 시디 부 사이드에서는 이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았을 수도 있겠다. 튀니스의 수크를 이 모자를 쓰고 지나는데, 한 상점 주인이 나에게 자신의 모자와 바꾸자고 제안을 한다. 썩 괜찮은 제안이긴 하지만 거절한다. 왜냐하면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이 모자가 나를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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