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엔 2개의 대륙을 다녀와보자!

by 보리차

“난 아무래도 못 가겠다. 진짜로 아파.”

“어디가?”

“몰라. 감기에 걸렸는지 여기저기... 이번에는 정말 아파.”

엄마의 요 병은 나밖에 진단하지 못한다. 내가 명명한 ‘여행 전 증후군’이다. 아프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정말 아프다. 그런데 그 원인을 나는 안다. 여행에 대한 불안과 긴장 때문이다. 여행지를 정하고 그곳에 대한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너무나 신나는 우리 엄마. 그러나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놓고 나면 그 이후부터 시름시름 아픈 데가 생기는 우리 엄마.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아프다가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아프다는 소리는 사라진다. 그리고 여행 중에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아프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늘 있어 왔던 병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심상치가 않다. 70대 후반에 자유여행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는 할머니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엄마를 불안하게 한다. 이번에는 두 대륙을 걸쳐서 여행을 하신단다. 역시 이번에도 나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튀니지, 그리고 몰타를 가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시칠리아도. 20일을 훌쩍 넘기는 여정으로 계획을 해 놓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 때 보다 심적 부담이 크셨던 듯 많이 아프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항공권을 취소하고 일정을 뒤로 늦춘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튀니지에서의 일정을 축소하기로 하고 19일 여정을 확정한다.


도하를 경유하여 21시간의 비행 후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한다. 나는 두 번째, 엄마는 다섯 번째로 밟게 되는 아프리카 대륙. 아프리카라면 열대지역과 흑인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모든 아프리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북부의 튀니지는 99%의 주민이 이슬람을 믿는 아랍인들이다. 아랍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도 통용되고 있는 것은 1881년부터 1956년까지 프랑스의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머물기로 한 우리는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이끌어낸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와 이어지는 ‘프랑스 거리’를 지난 곳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내부의 가구, 벽, 천장, 화장실 타일까지 온통 이슬람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숙소 밖을 창으로 내다보니 ‘프랑스 문’으로 알려진 ‘바다의 문(Bab el Bahr)’이 숙소 바로 아래에 보인다. 원래의 이름이 ‘바다의 문’인 까닭은 문을 따라가면 튀니스 호수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튀니지를 점령한 후 문을 중심으로 프랑스 주거지를 건설하면서 ‘프랑스 문’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20200206_130234.jpg 숙소 앞 '바다의 문'


숙소 밖으로 나와 본다. 그리고 알게 된다. 바로 숙소 앞 프랑스 문을 기점으로 프랑스 거리로 연결되는 현대 도시와 옛 튀니스를 보여주는 메디나로 나뉜다는 것을. 숙소 앞 골목이 메디나 입구이며 이곳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과거 이슬람 도시로 번성하던 튀니스의 오래된 시가지로 스며들게 된다. 예루살렘 다마스커스 게이트를 지나며 올드 예루살렘의 이곳저곳으로 통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전통시장인 수크와 구시가인 메디나가 이어지는 미로 같은 좁은 길이 나타난다.


20200206_132408.jpg 메디나로 이어지는 이슬람 전통시장 수크


시장 골목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튀니스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지투나 모스크가 나타난다. 나는 근처 한 카페의 옥상에 올라가 튀니스의 전경을 내려다본다. 내가 다시 중동에 와 있구나.


20200206_134448.jpg 카페의 옥상에서 내려다 본 튀니스



keyword
이전 19화텔 아비브의 선셋, 떠나려니 너무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