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걸 바라보는 것이 하루의 전부였던 날들을 보냈었다. 그 시작은 만달레이 우베인 브리지의 석양에서부터였다. 해가 서서히 타웅타만 호수 수면을 향해 내려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나룻배들이 은은한 황금빛 수면 위에 줄지어 모인다. 우베인 브리지의 일몰을 보기 위하여.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해 지는 것을 봤다고 바로 자리를 떠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황홀한 일몰의 감동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얼마 후 해가 넘어간 자리에서 붉은 기운이 올라오더니 어느새 우베인 브리지의 하늘 전체가 짙은 주홍빛이 된다. 처음 본 불타는 하늘을 배경으로 목조 다리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보며 숨죽인 채 다리 아래에서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었다.
그 장관을 엄마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저녁 9시 양곤 버스 터미널에서 만달레이로 향하는 야간 버스에 오른다. 이 밤을 버스에서 보내고 나면 내일 새벽 만달레이에 도착하리라. 엄마와 나는 운전사 바로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잠을 청한다. 푹 잘 수 있기를 바라면서. 버스 내부의 불이 꺼지고 버스 안팎이 캄캄해지니 어느덧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버스에 불이 켜지더니 뭐라 뭐라 안내 음성이 들린다. 옆에서 엄마가 뒤척이며 한마디 한다.
“괜히 잠 깨지 말고 그냥 계속 자”
어차피 알아들을 수 없는 미얀마어 안내방송. 에라 모르겠다. 다시 눈을 붙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리기 시작하더니 우리 둘만 빼고 다 내리는 거 같다. 갑자기 엄마가 눈을 번쩍 뜬다.
“야! 뭐 주나봐!”
“뭘 줘?”
“아까 우리 이 버스 탔을 때, 치약 칫솔 세트 줬잖아. 밥 주나 봐.”
“지금 12시인데?? 이 한밤중에?”
“야.. 야.. 내리자, 내려보자.”
밤 12시가 넘어 갑자기 어딘지 모를 불 켜진 건물 앞에 선 버스, 그리고 내리는 사람들, 그들을 따라 제일 뒤에 내리고 있는 엄마와 나. 사람들을 따라 불 켜진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어머나! 정말이네!! 여기 식당이네.”
우리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접시를 챙겨 들고 음식을 둘러본다. 하나하나 이름도 모르지만 미얀마 음식들이 그득하다. 버스를 탄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한밤중의 무료 뷔페다. 자다가 일어난 우리는 배가 고플 리 없지만 이것저것 접시에 담아 식탁에 앉는다. 엄마가 즐거워한다. 나도 즐겁다. 공짜로 미얀마 음식을 이렇게 골라서 푸짐히 먹을 수 있다니... 잠이 고팠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우리지만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