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55분, 동틀 무렵 만달레이를 출항한 배는 거의 12시간 가까이 지난 후 바간에 나를 내려놓는다. 바간 땅을 밟으며 입장료 20달러를 지불한다. 바간의 유적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바간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통행료를 받는 것일까. 나는 그 통행료가 전혀 아깝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1년 전 묵었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숙소 밖으로 나오니 작년과 똑같이 마부들이 마차를 대기 해 놓고 있다. 그중 한 마차를 향해 다가가다가 흠칫 멈춘다. 작년에 이틀 동안 바간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던 그 마부다. 그도 나를 알아본다. 반갑고 고맙다. 마치 매일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순간이다. 나에게 마차 모는 법을 알려 주었던 그 마부.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구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었던 그 마부의 마차에 올라 ‘냥우’라는 마을로 향한다.
작년에 홀로 걷던 길이 눈에 들어오자 마차를 세운다. 마차에서 내려 길을 걸으며 두리번두리번 사람들을 훑어본다.
‘그녀와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내가 그 거리를 다시 찾은 이유는 내 손에 들려있는 사진을 사진 속 주인공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꺼이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 주었던 젊은 엄마와 어린 소녀. 무작정 지나가던 한 남자에게 그 사진을 보여 준다. 그러자 그들을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 누군가에게 뭐라 뭐라 소리를 치더니 달려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 속의 엄마가 내 눈앞에 나타난다. 이럴수가. 1년 전 찍었던 사진을 가지고는 왔지만,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사람을 직접 다시 만나 사진을 전해 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안 했었다. 사진을 건네는 내 손길이 떨리는 거 같다. 물끄러미 사진을 들여다보며 미소가 번져가던 그 여인을 내 마음속에 담아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부가 자기 집에 잠깐 들르자고 한다. 그의 이름은 Ko Sai.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를 실어 바간 이곳 저곳을 보여주고 있는 마부. 아직도 모른다. 왜 그가 자기 집에 들렸는지는... 자신이 사는 집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도 인사를 나눈다. 우리 엄마에게는 현지인들과 내가 잘 아는 사람인 듯한 모습이 신기할 법 하다. 쉐렉투 파고다의 늦은 오후 햇살을 등뒤로 하며 마부와 나는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다시 바간에 오면 또 만나자고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