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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만났던 천사들... 그들의 사진을 전해주다

by 보리차

1년 전 미얀마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장면을 꼽으라면 그건 단연코 인레 호수를 찾아 스며 들었던 낭쉐라는 지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의 추억이다. 미얀마의 학교를 보고 싶었던 나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한 초등학교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아담한 학교였다. 1학년으로 보이는 올망졸망한 어린아이들이 학교 마당에서 교실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컵과 칫솔을 들고 다니는 걸 보니 점심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나와 똑같은 모양새로 손을 따라 흔든다.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서 들고 있던 카메라를 보여 주며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 어린이들과 나는 서로에게 반가움을 얘기하였다. 나는 그들이 사용하는 화장실로 가 보았다. 혹시나 내가 어린 시절 사용하던 재래식 화장실이 아닐까 하는 염려를 했던 거 같다. 다행히 이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깨끗한 수세식이었고 이를 닦고 손을 씻을 세면장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교실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방해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가만 보니 집에서 점심을 먹고 되돌아오는 어린이들도 보인다. 인사를 나누었던 아이들과 이내 작별 인사를 하며 나는 점심 먹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건너오던 다리를 건너본다.


카카오스토리_2023_10_15 18_15_13.jpg 1년전 찍었던 인레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
DSC08813.JPG 다시 찾은 인레의 초등학교. 1년전 사진에 있던 두 어린이가 이 사진 속에도 있다.


다리를 건너니 근처 마을로 연결이 된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이내 사람들로 벅적거리는 장소에 도달해 있었다. 한 인상 좋은 여인이 날 보고 따라오라고 손짓하여 2층으로 안내한다. 1층에도 손님이 가득하였는데 2층에 올라가니 넓은 방에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 입은 손님들이 둥글게 앉아 있다. 그리고 이내 신랑 신부가 눈에 들어온다. 그제서야 알았다. 결혼식 피로연이었다. 결혼식 카메라맨이 나를 신랑 신부 옆에 세우고 셋을 사진 찍는다.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리라. 손님들은 대부분 곱게 포장을 한 선물을 들고 있었다. 우리나라 축의금 봉투 보다 훨씬 정성과 정감이 담겨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1층의 식사 장소로 안내하였다. 낯선 불청객을 이렇게 환대에 주는 미얀마 낭쉐 지역민들의 인심에 감동받으며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그곳을 떠났다.

다시 길을 걷다 보니 조금 전 들렸던 초등학교의 다른 쪽 면이 나타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한창 수업 중일 듯하였다. 멈추어 멀찌감치서 교실 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두 명의 얼굴이 창밖으로 나오는 듯하더니 이내 창문마다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어 환한 얼굴로 나를 향해 손짓한다.

‘아! 지금 수업 중인데 어쩌나...’

나도 모르게 이미 나는 그들을 향해 커다란 몸짓으로 반가움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그랬더니 그들이 나의 몸짓을 따라 한다. 크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더니 그들 모두 나를 따라 하트를 만들어 보낸다. 그들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나에게서 눈물이 쏟아진다. 언제까지 그들의 수업을 방해할 수는 없는 터. 걷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눈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나는 엉엉 울며 계속 걸어 나갔다. 눈앞에 아름다운 나무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한적한 풍광이 나타나고서야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걷는다. 그 꼬마들이 나를 다시 내다볼까 봐 조심스레 걸으며 학교를 다시 한번 눈에 담고 아이들의 재잘재잘 공부하는 소리를 가슴에 담으며 그곳을 떠났다.


카카오스토리_2023_10_15 18_15_47.jpg 내가 보낸 하트에 똑같은 모습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내주는 미얀마 초등학생들


이번에 이곳으로 돌아오며 그 때 찍었던 사진을 사진 속 어린이 숫자대로 인화하였다. 그리고 그 학교를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찾아간다. 파란 페인트칠이 인상적이었던 학교가 나타나고 그 안으로 들어서자 내 심장이 요동친다. 그때 그 어린이들을 다시 볼 수 있으려나. 또다시 내가 학교에 들어선 순간이 쉬는 시간이었나 보다. 마당에 있던 어린아이들이 무리 지어 다가와 호기심 반 반가움 반인 표정으로 나와 엄마를 바라본다. 그 무리 중 한 명의 낯이 익다. 작년에 내가 사진 찍었던 어린이 중 한 명인 듯하다. 나를 알아보는 걸까.. 그냥 조용히 미소 짓는다.

나를 뒤따르는 아이들과 함께 작년에는 감히 들어와 보지 못했던 복도를 지나 교무실을 찾는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모여 계신 곳으로 들어간다. 교장 선생님인 듯한 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가지고 온 사진을 전한다. 나는 미얀마어를, 그들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사진을 건네며 작년에 여기에 들러 찍은 이 초등학교 학생들 사진이며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 꼭 좀 전해달라고 최선을 다해 얘기하였고, 내 얘기를 이해하고 그러겠다고 하신다. 사실 나는 사진 속 어린이 한 명 한 명을 다시 만나고픈 욕심이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이곳을 다시 찾아 선생님들께 사진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분명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사진을 잘 전달해 주셨으리라. 그리고 사진을 받아든 어린이들이 환하게 미소 지었으리라.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된 미얀마 내전 속에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 아이들 모두 무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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