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바르샤바로 이동하는 폴스키 버스 안에서 엄마는 다음번에는 발트 3국을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다.
‘오우! 엄마가 점점 자유여행에 빠져드시는군. 발트 3국은 또 어디냐?’
그때까지 나는 발트 3국이 어느 어느 나라인지도 몰랐다. 폴란드와 북쪽으로 이어진 국가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이고 이 나라들을 발트 3국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엄마의 설명을 듣고 알았다. 이쯤 되면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내가 먼저 다녀온 미얀마였지만, 그 이후에는 내가 아닌 엄마가 행선지를 정하고 여행을 진행시키고 있음을. 헝가리와 폴란드도 우리에겐 처음 가본 땅이기는 했지만, 왠지 발트 3국은 국가 이름부터가 낯설고 더구나 수도 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본 곳이기에 긴장이 된 게 사실이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이에 비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얼마나 친숙한 이름이던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발트해 연안의 3개국 여행을 16일간 엄마와 둘이 떠난다.
첫 기착지는 발트 3국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다. 이번 여행의 행운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빌뉴스 구도시 한복판, 대통령궁 근처에 예약해 둔 호텔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리투아니아에 체류하는 동안 묵게 된 숙소는 3성급이다. 나무랄 데 없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3성급 호텔이다. 그런데 아침 식사는 근처의 다른 호텔에 가서 하고 오란다. 조식을 다른 호텔에 가서 먹고 오라니... 슬슬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빌뉴스 대학 근처의 호텔. 우리가 묵던 숙소에서 받아 온 쿠폰을 보여주니 지하의 식당으로 안내한다. ‘와우!’ 감탄사가 나온다. 지하 저장고를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꾸며놓은 격조 있는 식당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그곳의 조식 뷔페. 이곳은 5성급 호텔이었던 거다. 인천 공항에서 39,000원 짜리 유심을 살까 망설이다가 이곳에 와서 유심을 구입한다. 3.9유로다. 뭔가 여행 초반부터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