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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Jan 15. 2023

도시 해방 일지

이사를 결정하다

코로나로 인해 온 국민이 대구로 시선이 집중되던 2020년 2월 어느 날, 우리 가족은 대구를 떠나 아빠의 고향으로 터전을 옮겼다.


아빠는 오래전부터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나와 동생이 대학교에 입학하면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진 것뿐이었다.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땐 너무 싫었다. 그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도시가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좋았다. 나의 학창 시절이 모두 담겨있는 곳이어서 정감이 더 갔다. 그리고 아빠의 고향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도, 카페도, 음식점도...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뒤로한 채 아빠의 고향으로 간다는 건 내게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큰 변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들어 대학생이 되면서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도시에서 힘들게 일만 하시는 아빠께서 왜 고향을 그리워하시는지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시끌벅적한 도시보단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우리 가족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언젠가는 대구를 떠나 그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2019년 초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사 이야기가 나왔고 이사 시기는 내년 초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다. 그 언젠가가 당장 내년이라니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당혹스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나눴기에 금방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이사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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