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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Dec 28. 2022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영상을 종종 본다. 그중에서도 동물이 나오는 영상을 즐겨보는 편이다. 치열한 야생의 한복판에서 하루를 버티는 그들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본 영상은 물범을 사냥하는 북극곰의 이야기였다. 겨울철을 나기 위해 북극곰은 고열량을 섭취해야 했고 그런 북극곰에게 최상의 먹이는 물범이었다. 물범은 바닷속을 헤엄치다가 일정한 때가 되면 숨을 쉬기 위해 얼음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북극곰은 그 순간을 위해 얼음 구멍 위에서 숨 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탄탄한 가죽을 자랑하며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던 물범은 마침내 얼음 구멍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그 찰나의 순간에 북극곰은 물범을 낚아챘다. 자신들을 사냥하기 위해 북극곰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숨을 쉬기 위해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야 하는 물범의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그것이 자연의 이치겠거니 생각했다. 그들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북극곰 또한 배고픔에 굶주린 채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북극곰이 물범을 낚아챈 다음 장면은 피로 물든 북극곰의 모습이었다. 새하얀 북극곰의 털은 물범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쳤던 물범은 가죽이 벗겨진 채 북극곰의 이빨에 물려있었다.


아, 그 매끈한 가죽을 벗기니 속은 붉은 날 것 그 자체로구나. 그 모습을 보니 과일이 떠올랐다. 과일도 껍질을 벗기면 과육이 나온다. 과육이 그 과일의 본질일까. 사람도 피부 가죽을 벗겨내면 동물과 똑같이 붉은 날 것이지 않는가. 과연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이나 동물이나 가죽을 벗겨내면 붉은 날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인간은 더 우월하고 우등하다는 이유로 동물을 함부로 대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인간 마음대로 우등과 열등을  나눠도 되는 걸까. 인간이 더 우월하고 우등하다는 건 합리적인 근거가 될까?


북극곰은 살기 위해 물범을 사냥한다. 북극곰의 사냥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인간들은 보다 더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해 북극곰을 궁지에 내몰고 있다. 북극곰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야생의 동물들은 합리적인 이유로 사냥하고 사냥당하지만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식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보다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본질을 흐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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