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
선명한 실로폰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흥겨운 연주곡.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국노래자랑의 오프닝곡이 시작했다.
업무 교육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선생님의 초대로 전국노래자랑 녹화장을 가게 되었다. 그 선생님께서 본선에 진출하셨다고 해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러 갔다. 그리고 또 다른 설렘도 있었다.
어렸을 때 자주 봤던 전국노래자랑 녹화장을 가다니! 정말 영광스럽고 뜻깊었다. 송해 선생님이 계실 땐 잘 챙겨봤지만 요즘은 거의 뜸했는데 직접 녹화장을 가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초대해 주신 선생님께서 무대 중앙에 자리를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을 봤다. 무대가 가까워서 더 실감 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녹화 시작 전까지는 1시간가량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무대 위는 녹화 시작 전 리허설로 분주했다.
밴드와 방송 관계자는 녹화 때 실수가 없도록 서로 호흡을 맞췄다.
밴드 음악에 맞춰 백댄서 분들과 코러스 분들도 함께 리허설에 참여했다.
무대 스태프분들은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설치한 천막을 걷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물이 가득 찬 천막을 내리다가 물벼락을 맞은 분도 계셨다. 야외에서 녹화를 진행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필요한 일이었다.
밀대 걸레로 무대 위의 물을 닦아내는 분,
무대 정중앙에서 하얀색 필름으로 된 책 같은 걸 펴고 오케이 사인을 그리며 체크하시는 분,
음질 체크와 카메라를 체크하시는 분 등등 다방면에서 많은 관계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녹화 시간이 다가오자 리허설 총괄 책임자분께서 호응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다.
타이밍에 맞게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면 되고
전국~ 하면 노래자랑을 외치고
안녕하세요~ 하면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면 된다고 했다.
이토록 익숙한 오프닝 멘트라니 바로 실전에 들어가도 안 틀릴 자신 있었다.
드디어 mc인 남희석 씨가 얼굴을 비췄다. 이제 정말 녹화 시작이구나! 알 수 없는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 찬 순간이었다.
딩동댕동~
전국~
노래자랑!!!!!!!
신나는 오프닝곡과 함께 드디어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시작되었다. 초대가수의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뒤이어 출연자들이 하나 둘 나왔다.
저마다의 끼와 사연을 가지고 온 참가자들의 밝은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점잖게 옷을 빼입으시고 고전가요를 부르는 할아버지,
직장 동호회분들과 함께 출연하여 신나게 춤을 추던 흥 많은 분들,
2000년대 추억의 음악을 소환하여 신나게 노래 부르던 귀여운 대학생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많은 참가자들과 mc 남희석 씨, 그리고 방청객들이 함께 꾸민 이 무대에서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맡았다.
정말 구수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그리운 냄새였다.
요즘 뉴스를 보면 무섭고 안타까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살인 사건, 음주 운전 사고 등등을 보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한없이 올라간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 중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특이한 행동을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상한 사람들이 넘쳐나서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고 살아야 하는 요즘,
전국노래자랑의 무대를 보니 오랜만에 굽혀있던 허리를 펴고 신나게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남녀노소 하나되어 공연을 즐기며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는 정감 넘치는 분위기.
사람들과 어울려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함께 웃으며 정말 재밌게 놀았다.
오랜만에 목청을 열고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이 빨개질 정도로 박수를 쳤다.
화려한 무대 장치가 없어도
번쩍번쩍한 무대 의상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감 있고 따뜻한 공연이었다.
급격히 서늘해진 가을날,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공연이었다. 이토록 즐거운 무대에 초대해 준 선생님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