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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모아 태산

by 수에르떼

우리는 규모가 꽤 큰 초록창의 결혼 카페와 함께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업체는 지난 9월에

결혼한 친구에게 소개받은 곳이었다. 그 친구도

이 업체로 결혼 준비를 했는데 비동행 플래너

형식이라 만족스러웠다며 추천을 해줬다.


비동행 플래너는 뭐고 동행 플래너는 뭐지?

처음 듣는 용어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척척박사처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역시 유경험자다운 유창한 설명이었다.


동행 플래너는 플래너와 모든 곳들을 함께 다니며

결혼 준비를 같이 하는 방식이고

비동행 플래너는 첫날에만 대면으로 상담을 하고

그 이후론 카톡으로 업체 선정과 예약만 도와주는

방식이었다.




알아서 준비를 다 해주는 대신 비용 부담이 있는

동행 플래너보단 우리가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준비할 수 있는

비동행 플래너가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 업체가 좋았던 점은 제휴된 곳에서

계약하고 후기를 쓰면 돈으로 환급 가능한 포인트를 준다는 것이었다. 카페에 보니까 후기글과 카페

활동만으로 스드메 비용을 해결한 대단한 분들도

있었다. 나도 오기가 생겼다.


카페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려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난 인스타그램은

하지 않으니 후기글을 올릴 곳은 카페와 블로그

뿐이었다. 결연한 마음으로 중학생 때 이후로

쳐다도 안 본 블로그를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블로그에는 10대의 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릴 때 썼던 글들을 읽으니 낯간지럽기도 하고

그 시절의 내 생각들이 귀여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잠자고 있는 블로그를 깨울 시간이었다.

나는 결혼박람회에 다녀온 후기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결혼 준비를 하며 다니는 어느 곳이든

파워블로거인 마냥 사진을 여러 장 찍어댔다.

후기글에 사진은 필수였기에 최대한 다양하게

찍어야 했다. 결혼 준비 일정을 소화한 후에는 후기를 쓰는데 여념 없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후기들을 쓰다 보니 어느덧

포인트가 꽤 모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태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언덕배기 정도는 되는 나의 포인트들을 보니

뿌듯하고 보람찼다.




결혼 준비를 하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돈이 정말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더 예쁘고 더 화려한 걸

고르다 보면 큰돈이 작은 돈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하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런 우리에게 후기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하늘에서 24k 황금 동아줄이 내려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난 그 동아줄을 꽉 잡기 위해 후기를 아주 열심히 썼다. 처음에는 글 쓰는 게 어려웠는데 쓰다 보니 적응이 되었고 포인트 모으는 재미에 힘든지도 몰랐다.


이 모든 건 파워블로거 선배님들 덕분이다.

선배님들의 다양한 글들을 보며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세분화도 배웠다. 그 덕에 나도 블로그 후기로

소중한 티끌들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티끌들이 태산이 되는 그날까지 힘써보련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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