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필요한 항목들을 쭉 나열해 보니 얼추 큰
항목들은 거진 준비가 끝나있었다.
스드메는 결혼 박람회에서 계약을 마쳤고
신혼여행은 비행기 표 예약도 했으니
상세한 일정을 정하는 것만 남은 상태였다.
양가 부모님의 예복은 결혼식 1~2달 전에 하면
된다고 하니 아직 시간이 있고,
사진 스냅과 DVD는 애초에 준비를 끝냈다.
드디어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결혼식 준비~ 하고 땅 하는 동시에 후다닥 달려와
반환점을 돈 느낌이었다.
이제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면 되었다.
첫 번째 스케줄은 그분의 예복 맞춤 일정이었다.
우리는 그분의 예복을 맞춤과 기성복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혼 박람회를 통해 맞춤으로 결정했다.
9월이지만 후덥지근한 공기를 헤치며 도착한 샵은
꽤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사이즈 측정을 하고
그분이 원하는 원단과 색깔, 디자인을 골랐다.
남자 옷도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이 있다니 놀라웠다.
양복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역시 패션의 세계는
무궁무진했다. 옆에서 구경만 해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수제화도 맞췄는데 완성된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그분의 모습이 자꾸만 상상되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찬바람이 서늘하게 불기 시작한 어느 가을날,
드디어 예복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분과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테일러샵을 찾았다.
탈의실에서 완성된 맞춤 양복을 입고 나온 그분의
모습은 킹스맨 아니 웨딩맨같았다.
몸에 착 맞게 떨어진 핏 하며 깔끔한 디자인까지
그분과 너무 잘 어울렸고 나는 또 한 번 더 반했다.
그분은 맞춤 양복을 입고 이렇게 편한 양복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수제화도 쿠션감이 있어 푹신하고
디자인도 예쁘다고 만족해했다. 좋아하는 그분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평소 큰 체격으로 인해 양복 입는 것도 불편하고
높은 발등으로 인해 구두 신는 것도 불편해했던
그분에게 딱 맞는 옷과 구두가 생긴 것이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며 모든지 신부 위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웨딩홀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혼반지, 스튜디오 등등 신부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나는 나 혼자의 의견보단 그분과 함께 고민하고 그분의 취향을 고려하여 같이 결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결혼식에 필요한 항목을 그렇게 준비해 왔다. 결혼식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의 예복도 기성복과 맞춤 중에서 어떤 게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 고민 끝에 맞춤으로 하기로 결정했고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맞춤이라서 더
의미 있는 예복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예복을 입고 웨딩 촬영도 하고 본식에
내 옆에 서있을 그분의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진다.
나도 예쁜 드레스를 골라야 할 텐데...
뒤이어 촬영용 드레스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