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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이상형 월드컵

by 수에르떼

스튜디오 촬영을 두 달 정도 앞두고 당장 급한 건

결혼반지였다. 촬영할 때 반지를 끼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 결혼반지를 맞춰야 했다. 결혼반지를 정하는

시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플래너님께서

알려주셔서 서둘러 준비할 수 있었다. 이래서

플래너님과 함께 준비를 하는구나 싶었다.


결혼 준비의 항목들 중 결혼반지야말로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품목이었다.

그분과 나는 평소 반지에 큰 욕심이 없었고 명품보다는 금은방의 반지가 훨씬 편한 사람들이었다. 결혼

카페와 제휴된 업체들 중 가장 후기가 많고 만족도가 높은 업체에 예약을 했다.


커플반지도 없던 우리가 결혼반지를 고르다니...

기분이 묘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남은 인생을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손을 잡고 들어간 예물반지 전문점은 규모가 꽤 컸다. 웅장한 분위기에 약간 기가 눌렸다. 건네받은 체크 리스트에 결혼 일자, 스튜디오 촬영 일자를 기입하고 원하는 예산대를 체크했다. 마시고 싶은 음료를 선택하는 항목도 있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택했다. 곧 직원분이 오셔서 안내해 주셨다.


매장은 1,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부터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면 된다고 하셨다.

하나하나 고르다 보니 내 취향은 소나무였다.

굵은 링보단 얇은 링에 가드링이 함께 있는 반지만

눈에 띄었다. 그분의 의견도 물으면서 함께 반지를

선택했고 1층 투어를 끝낸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상담을 진행하는 곳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우리가 선택했던 아메리카노가 놓여있었다. 2층의

반지들은 디자이너 작품으로 좀 더 독특하고

개성 있었다. 마음에 드는 반지를 가리키면 직원분은 조심스럽게 반지를 빼서 우리에게 건네주셨다.




우리가 손에 껴보고 마음에 드는 반지를 말씀드리면 직원분께서는 해당 반지만 따로 바구니에 담아두셨다. 그 행동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느새 옆으로 빼둔

반지가 수북했다. 1층과 2층을 둘러보며

구경했던 반지들의 양이 많아서 고른 양도 많았다.


직원분은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했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반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이상형 월드컵 같았다. 각자 손가락에 반지를 껴보고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바로 탈락시켜야 했다.


소나무 같은 취향이라 탈락시키는 게 힘들었지만

직원분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셔서 다행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반지의 디자인은 대체로

여자 반지만 화려하고 남자 반지는 수수한 편이었다.

서로의 반지 디자인이 따로 노는 것도 있었다.

나는 비슷한 디자인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분과 비슷한 디자인인 반지 위주로 선택하자

마지막 결승전만 남았다. 가드링이 포인트가 되는

반지와 각진 형태가 특이한 반지가 남아있었다.

둘 다 가격대를 확인해 봤는데 가드링 반지는 좀 더

비쌌다.


직원분께서는 각진 형태의 반지가 얼마 전에 들어온

신상 디자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직 계약한 분이 없다는 말까지 덧붙이셨다.

뭐야 뭐야 그럼 우리가 이 반지를 선택한다면 처음이라는 거잖아?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그 반지가 더 특별해 보였다.

가격면으로도 괜찮았고 착용감도 좋았다.

데일리로 편하게 끼고 다닐 거라서 우리에겐 딱이었다. 약간의 고민 끝에 각진 반지로 계약을 진행했다.


보면 볼수록 특색 있고 예쁜 우리의 결혼반지.

그분과 나의 네 번째 손가락에서 빛나고 있을 반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렜다. 결혼반지가 그분과 나를 하나로 이어주는 고마운 매개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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