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후회
무더운 여름을 맞아 우리 집 막둥이 피터가 조금이라도 시원하길 바라는 마음에, 집에서 편리하게 털을 다듬어줄 요량으로 신박한 반려묘 미용 기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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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도착하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피터를 무릎에 앉히고 조심스레 등을 밀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피터는 손톱과 발톱을 잔뜩 세우고,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도망쳤다.
마치 “그만해!”라고 소리치는 듯한 몸짓.
도망친 피터를 달래고 어르고 겨우 다시 앉혔지만, 팔다리며 배 쪽은 도저히 가까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털이 깎인 피터는 허전한지, 아니면 배신감 때문인지 하루 종일 내침대도 아닌 누나 침대 위에서 힘없이 누워만 있었다.
그 눈빛. 엄마를 믿었던 그 눈빛이 크게 실망한 듯 나를 향했고, 원망이 가득했다.
뜨끔했다.
고양이에게 털 미용이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굳이 필요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폭풍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더우면 스스로 시원한 곳을 찾아 체온을 조절한다는데...
나는 사랑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피터에게 큰 스트레스와 상처를 주고 만 것이다.
내 눈엔 힘없이 우울해 보이기만 하다.
피터야, 미안해.
엄마는 죽을죄를 지은 기분이야.
하루빨리 네 예쁜 털이 다시 자라나길,
그리고 네가 다시 발랄하게 뛰어다니길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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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집사 엄마를 용서하지 마!
아니 용서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