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나 피터!
한파가 몰아닥친 연말에 난 이미 녹았다.
며칠 전부터 집이 좀 시끄러웠는데
뱅기 타고 멀리 간 누나가 잠시 돌아온다고 했다.
엄마는 언제 온다, 몇 시에 온다.. 기타 등등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한 얘기 또 하고 또 했다.
나는 늘 그렇듯 쿨하게 반응했다.
그래? 음~ (사실 귀는 이미 레이더 풀가동이었지만, 안 그런 척!!)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현관이 문이 열리고 누나가 들어왔다.
누나를 보는 순간! 캬~
더 이상 쿨한 척 모드는 끝났다.
나는 껌딱지 모드에 들어갔다.
한 발짝도 떨어질 수 없다.
자석이 따로 없지! 내가 바로 자석이다.
아~ 이 누나 보게~
머리핀을 꽂았다.
그리고 목에도 핑크색 리본까지 둘렀다
당했다
망했다
상남자냥인 내 체면!
그날로 내 정신줄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당분간 거울은 안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예쁜 누누가
언제 또 멀리 가버릴지 모르니
이번만은 머리핀도, 리본도, 체면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나 피터!
지금은 누나 침대 위에서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