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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부산 (2)

"사람이 밉게 보였다가도"

by 백창인

부산 사람들은 억셌다. 나는 장사꾼들의 끈질긴 구매 요구에 불쾌함을 느꼈다. 안 사겠다는데도 계속 이 물고기 저 물고기를 권하는 횟집 아주머니와, 화살 열 발을 더 쏘면 무조건 큰 인형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다시피 하는 다트 가게 아주머니. 세 개를 한꺼번에 사면 더 좋은 폭죽으로 주신다길래 삼남매가 손에 폭죽을 하나씩 들고 불을 붙이니 불발이었다. 재빨리 모래사장 주위를 둘러봤는데 폭죽을 팔던 할머니는 온데간데없었다.


부산 가는 길에는 유난히 차가 막혔다. 아빠를 비롯한 운전자들은 어떤 차를 보내고 어떤 차 앞에서 끼어들 것인지 무언의 실랑이를 벌였다. 트럭이나 관광버스는 묵직한 크기로 텃세를 부리는지 쉽사리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운전길에 몇 차례 휴게소를 들렀다. 밤하늘 아래 트럭이 줄지어 섰다. 아빠는 저 트럭들 안에서 운전수들이 자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서울에 가봤자 택배 업무를 못하니 휴게소에서 잤다가 새벽 일찍 서울로 간다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보았던 아주머니들을 다시 떠올렸다. 억센 목소리였지만 절박했다. 하루가 끝나갈 무렵 남은 재고를 팔아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기저기서 구매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또렷했다.


남아야 할 볼거리는 안 남고 그런 목소리와 휴게소의 트럭만 남았다. 사람이 밉게 보였다가도 밉지 않게 보인다. 미운 건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가짐인 듯하다.


16.10.21. 씀

17.05.06.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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