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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금 여기

22. 독서실에서

"무언가를 내뱉으며"

by 백창인

이전에도 독서실을 몇 번 오간 적이 있지만 그게 내 일상이 된 것은 올해부터였다. 그 좋은 곳을 왜 진작에 안 갔는지 의문이다.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공부할 수 있다. 더구나 '낯선 동네'의 독서실이니 알아볼 사람도 없어 나는 혼자나 마찬가지다.


어두워질 무렵이면 주변 학생들과 암묵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누구 엉덩이가 더 무거운지, 누가 더 독한 놈인지. 내 엉덩이는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내가 앉아있을 때 얼마가 빠져나가고, 내가 일어날 때 얼마가 남아있다.


그 남아있던 얼마에 초등학생도 있었던 것은 꽤 얼떨떨한 풍경이었다. 엄마의 등쌀 탓이라 한들 열 살 남짓 꼬마가 새벽 한 시까지 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무언가를 내뱉으며 독서실을 나왔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밤공기는 차갑다. 숨을 들이쉬면 구석구석에 찬바람이 껴서 몽롱했던 정신이 말끔해진다. 내가 뱉은 것은 감탄이었을까 탄식이었을까. 나는 무겁고 싶을까 가볍고 싶을까. 나는 몽롱하고 싶을까 말끔하고 싶을까. 자전거는 조용히 바퀴만 굴렸다.


16.12.2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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