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간에 무게가 없을까"
지금 여기는 말하자면 하나의 점이다. 우리의 삶은 고작 여러 점들에 불과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만 한 폭의 점묘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에는 사실 무게가 있는데 우리는 한없이 가볍게만 느낀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라도 맘에 그리는 여자를 얘기할 수 있지만 내일의 나는 잠시의 망설임 뒤로 그런 건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날과 같은 길을 걸으면 정말 걷기만 할 뿐인데도 한 번을 가보지 못한 곳보다 낯설게 된다. 이런데 어떻게 시간에 무게가 없을까. 어쩌면 우리가 시간을 한없이 가볍게 느끼는 것은 이미 그 무게에 짓눌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색깔이 제각각인 점들이 마구 섞이니 안개에 갇혀있는 꼴이다. 한 치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국 내가 서 있는 그곳만이 와 닿을 뿐이다. 내가 진심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지금 여기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를 생각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16.09.24. 씀
17.06.09.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