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아픔까지"
감기에 걸려 병원을 다녀왔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갔다. 약국은 병원의 복제품 마냥 아까 보았던 환자들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나는 간호사가 "OOO님"하고 외치는 그들의 이름만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다만 약국에서는 그들의 아픔까지 짐작할 수 있다. 문과 TV 소리에 가로막혔던 환자의 진단이 약국에는 없다. 약사가 약을 건네며 복용법을 알려주는 대목에서 환자는 자신의 치부를 여지없이 노출당한다. 지팡이를 짚고 계신 노인 분은 귓병에 걸린 듯하다. 아들과 함께 오신 여성 분은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식후 세 번"이라는 약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정말로 요로결석은 걸리지 말아야겠다.
16.10.04. 씀
17.05.03. 다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