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멋진사람
하이힐과 긴 웨이브가 잘 어울렸던 그녀
운동화와 단발이 잘 어울렸던 나
에너지와 생기가 넘치고 살뜰하게 나까지 챙기던 마음이 부러웠었다
이따금 그녀가 보고 싶어 연락하면
즐겁게 지낼때도 힘든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도
너는 어떻게 살고 있냐고 항상 물어보고 찾아와서 들여봐주곤했다.
나는 깊은 우울과 바쁘단 핑계로 불만스런 이야기만 해댔다.
그런 나를 항상 걱정하고 안쓰러워해주던 그녀.
유난히 빛나고 에너지가 넘치던 그녀를 볼 때면
옆에 잠깐 있기만 해도 에너지가 전달되어 나까지 무선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프고 부정적이고 힘든 날들을 이따금 보냈어도
그녀는 꼭 까르르 웃으며 '너무 웃기지 않니~'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밝기만 한 사람-
지난 6년 나는 우울과 힘듦에 허덕이느라 그녀가 어떻게 사는지 잘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나와 다른 멋진 사람이다 고 생각했다.
몰랐다
디지털노마드가 꿈이 었다는 것
수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바쁜 일상와중에도 꿈을 찾아 이리저리 할 일을 만들고 애썼다는 것
체력이 약해서 한참 활동하면 병이 나는 것도
몰랐다.
힘들고 지치는 날
털어놓기 힘든 일들이 있는 날
몸이 아파서 축처진채 누워만 있는 날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있는 날
인생이 무의미한 것만 같아서 무기력해져버린 날
당연히 있는
그런 날들의 그녀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나의 우울도 몰랐다
나는 서울에 올라온 지난 약 6년을 우울증에 허덕이며 살았다.
가족과 떨어져 외로웠고,
광고업계에서의 커리어를 쌓지 못해 괴로웠고
개발회사는 숱한 문제들로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나를 돌아볼 겨를 없이 생계를 위해 일만 하다보니
사실 우울증을 치료할 생각도, 심지어 내가 아주 우울하다는 것도 모른채 살았다.
우연한 계기로 상담을 받기 시작하고
내 일상을 좋아하는 식물심기, 요가하기, 그림그리기, 맛있는 끼니 만들어먹기로 일상을 채웠다.
덜 우울한 날이 보통인 날이 아니라
우울하지 않은 날이 보통의 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된 요즘이다.
마음이 회복되고 나니 시야가 넓게 띄였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물어볼 여유가 생겼고,
제일 먼저 그녀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입양한 귀엽고 천방지축인 강아지를 구경하고 싶다며 간식을 사서 놀러가 근황을 물었다.
그녀는 회사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며 디지털 노마드가 되겠다는 그 꿈에 한발한발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꼬박 여섯시간정도를
그녀의 일상을 묻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끝없이 대화했다.
7년을 알았지만 처음 아는 그녀의 모습인
자신이 하는 행동과 말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과
새로운 것들을 해내기 위해 매일 찾는 일상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참 열심히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여유는
그녀로부터도 왔다
내 자신을 더 잘 알고 돌보며,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까지 나는 꼬박 15년이 걸렸고
우울에 허덕이며 마음의 여유가 없던 내가 가까운 사람의 일상이 궁금해지기까지
많은 도움과 에너지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