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에세이클럽
마스킹 테이프를 만든 사람은 이게 fancy한 물건이 될 줄 알았을까? 편애일 수 있으나 이토록 기능과 심미성, 가격까지 만족스러운 물건은 찾기 힘들다. 때문에 하나의 테이프에서 문구, 소품을 넘어선 고유명사로 세계가 확장된 것 같다.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뚜렷한 방점을 찍기 어려운 것처럼 마스킹 테이프에 대한 기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어느 순간 마스킹 테이프를 하나하나 사기 시작했고 쓰는 것보다 보관하는 게 월등히 많아졌을 뿐이다.
겨울에는 귤 패턴을, 일상을 전할 때는 커피나 여행 같은 컨셉이 있는 디자인을 고른다.
벚꽃 필 무렵에는 분홍 벚꽃 패턴이나 잔꽃이 화려하게 디자인된 마스킹 테이프를 꺼낸다. 용도는 걱정마시라. 봉투, 선물 포장과 같은 '붙이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거니와 코드선 정리, 견출지, 장식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약장수보다 확실하게 마스킹 테이프의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
마스킹 테이프에는 '의미'가 있다. 실용적이기도 하고 다양한 디자인이 주는 가치도 있지만 대상이 있기에 특별해진다. 거창하지 않지만 조금 더 신경 쓴 느낌. 작지만 분명히 전하는 마음.
마스킹 테이프는 그런 디테일을 무심히 전하기에 좋은 물건이다.
그러니 당신, 내가 무심히 전하는 마음이 오늘은 어떤 패턴인지 살펴보시라. 꽃샘추위는 한창이지만 이곳은 꽃밭이어라.
그저 보관하다보니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자면.
마스킹 테이프도 제조국가나 브랜드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 일본은 디자인이나 패턴이 다양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품질이 좋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시즈널 상품도 잊지 않고 만들다보니 여행을 다녀오면 캐리어에 마스킹 테이프 한 두개씩은 꼭 담게 되는 것 같다. 기념이 되면서도 부담없는 가격이니까 기꺼이 구입하게 된달까.
mt 는 마스킹 테이프의 끝판왕 같은 브랜드라 상품과 팝업을 통한 오프라인 브랜드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다. 최근 두성종이에서 mt 팝업을 했는데 중국 컬렉터들이 싹 쓸어갔다는 후일담을 전해 듣고 참 유쾌했다.
대만은 많은 상품과 브랜드를 접하지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패턴이 많고 테이프가 얇거나 비닐 소재에 가까워 실용적인 부분에 있어 만족도가 떨어진다. 선물 받은 디자인 바이, 메이드 인 차이나 마스킹 테이프도 마찬가지.
한국은 개인 생산이나 굿즈 개념이 늘다보니 마스킹 테이프 품질이 평준화 된 것 같다. 다만 패턴이나 디자인 한 끗발이 아쉽다. 일본에서 출시된 제품을 벤치마킹 한 것도 봤기에 그런 마음이 더 크다.
그렇다고 빼어난 마스킹 테이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패턴에 있어서는 kbp에서 만드는 것들이, 시즌이나 컨셉에 따른 다양한 디자인은 데일리라이크, 그리고 cbb 특유의 디자인이 녹아든 마스킹 테이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