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 혹은 생각
맛수다,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요 며칠 황교익 작가가 핫하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느 정도는 비판 혹은 비난 기사가 나오리란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몰랐다. 그것도 여권 내부에서 핫이슈가 될 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지지율 1등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관련되어 있기에 공격의 대상이 되었겠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가 9개월째 공석이라는 건 전혀 몰랐고(관심사가 아니었기에), 황교익 작가와 바로 연결이 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사장 내정 소식을 접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이거였다.
황교익 작가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오호, 음식 쪽이야 워낙 전문가이고 내가 알기로도 지역들의 이런저런 사정에도 밝은 분이니까 의외로 신선한 카드인데?
기사를 보니, 그는 사장 공모에 지원한 거였고 8명의 경쟁자 중 1위를 했다는 것이었다.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도 이번에야 알았다.
다만 야권에서 비판이 나오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여권의 다른 후보들 특히 이낙연 캠프에서 강한 비판이 나왔고 급기야는 황교익은 도쿄나 오사카관광공사 사장이 더 어울린다는 놀라운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어 이낙연의 연미복 논란 및 이낙연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황교익의 선언까지. 그리고 오늘 오후의 이낙연의 사과 비슷해 보이는 입장 표명과 황교익의 반응 그리고 내일 오전까지 자신의 거취를 밝힌다고 한 거까지의 전개가 스피디하게 진행됐다.
혹여라도 자진 사퇴는 안 하길 바라는 마음인데, 황교익 작가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랐다.
2011년 무렵이었을 거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대박을 날리던 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꼼수다의 음식 버전을 한다면? 방송 프로그램이 아닌 팟캐스트로 말이다. 당시 일하고 있던 제작사 대표에게 의견을 구했다.
"괜찮겠는데요? 조합들만 잘 구성되면요. 어떤 분들 생각하고 있어요?"
가제는 '나는 맛수다'였다. 나꼼수처럼 3~4명을 떠올렸다. 가공식품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쓴 전직 제과업체 직원 안병수 저자, <식품법 혁명>이라는 식품법에 관한 책을 쓴 송기호 저자(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그리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였다. 또 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가물가물하다. 대표는 아예 내가 구성작가로서 같이 출연하면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앞의 두 분은 일면식이 없었기에 메일을 보냈고, 황교익 작가는 내가 MBC <찾아라! 맛있는TV>를 할 때 자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미팅이 잡혔다.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취지를 말씀드렸다.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오히려 제작이 가능하겠는지 되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저런 제작사의 사정으로 제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흔쾌히 허락했던 그에게 죄송하다. 몇 년 후 tvN에서 <수요미식회>가 나오고 그가 출연하는 걸 보고 어떻게든 추진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다. <수요미식회>를 만든 피디도 찾아라 맛있는TV 출신이었다.
맛수다는 수요미식회보다는 단지 맛집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 음식을 둘러싼 산업 쪽 얘기를 더 많이 하려는 콘셉트였다. 시사 느낌이 강한 음식토크라고나 할까. 아무튼, 무척이나 아쉬웠던 기억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과 사람이다.
그에 대한 생각 하나 더. 최근 그가 낸 책을 읽었다. 제목 때문에 주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었다.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그야말로 내가 지금 이 시간까지 고민을 하는 주제다.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이른바 먹고사니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나에게 훅 꽂힌 제목이었던 것.
책을 손에 잡자마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집중이 되었다. 몰입했다. 다 읽은 후 느낌은 이랬다. 내가 황교익이라는 사람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그는 진짜 작가였다. 농민신문사 기자에서 맛 칼럼니스트, 해박한 방송인 정도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걸어온 삶에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책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기회가 되는 분은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무엇보다, 28년째 방송작가를 하고 있는 내가 국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