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100일이 되었다.

by 김영주 작가

술을 안 마신 지 100일이 되었다.

동네 병원에서 당뇨가 확실해 보이니 오늘 피 뽑고 오늘부터 금주하시라는 의사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당뇨 판정을 받으면 금주를 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갑자기 훅 들어올 줄은 몰랐다.

아니 선생님,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2002년 담배를 끊었던 때가 떠올랐다.

당시 한 달여를 마음의 준비를 하며 다가오는 2002년 1월 1일부터 끊자고 했다가 친구의 유혹을 핑계로 결국 1월 2일 끊었다.

이번에도 반복하기 싫었다.

그냥 그랬다.

그래, 뭔 놈의 마음의 준비냐, 어차피 끊을 거 이참에 끊자고. 지금부터 끊자고.


의사의 부드러운 지시가 있었던 건 오전, 그렇다고 마지막 낮술을 할 수는 없었으니, 그 시간부터 나의 예기치 않은 금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100일이 된 것이다.

그날 피를 뽑고 아마 3, 4일 후에 병원에서 결과를 들었을 거다.

당뇨였다.

공복혈당이 176, 당화혈색소가 7.6.

확실한 당뇨였다.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꽤 높았기에 약 3알을 처방받았다.

당뇨약 2알, 콜레스테롤 약 1알.

매일 아침에 식전이나 식후에 먹어야 하는 약이다. 그렇게 나의 금주 생활은 시작되었다.


100일이 된 오늘까지 내 몸은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까.

100일 동안 내가 했던 건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술은 전혀 안 마셨다.

술자리 참석은 꽤 있었지만 물만 마셨다.

안주만 축냈다.

그럼에도 술값도 꽤 내곤 했다.


운동을 했다.

가장 많이 한 건 걷기다.

처음에는 밤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원에서 걸었다.

한 바퀴에 700m였으니 5바퀴 돌면 3.5km 정도 걷는 셈이었다.

'걷9뛰1'을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지속하지는 못했다.

9분 걷고 1분 뛰기로 시작해서 일주일마다 걷는 건 1분씩 줄이고 달리는 건 1분씩 늘려가는 신박한 유산소 운동이지만 걷7뛰3을 며칠 하다가 못했다.


나는 원래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사람인지라 공원 같은 곳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빠르게 걷는 사람들을 보면 뭐하러 운동을 저렇게 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최소 20분 이상 빠르게 걷기는 꽤 효과가 있는 운동이었다.

다만 매일 밤에 따로 시간 내어 공원을 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택한 또 하나의 걷기 방법은 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전철역을 서너 개 전에 내려 집까지 걷는 방식이었다.

경의선 라인 행신역에 내려 화정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대략 4km이다.

가방을 메긴 했지만 속보로 걸었다.

이 걷기 운동이 꽤 도움이 된 듯하다.

거기에 유산소만 하면 안 되니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을 조금씩 추가로 했다.

공원에 갈 때면 철봉이 있어 턱걸이를 해보곤 하는데, 부끄럽지만 아직 1개도 하지 못했다. 턱걸이가 그렇게 어려운 동작이라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먹는 거 관련해서 의사가 한 말은 이게 다였다.


"중식이랑 분식은 피하시고요. 과일도 좋진 않아요. 특히 수박은 꼭 피해야 해요."


밀가루를 먹지 말라는 것이리라.

꽤 지켰다.

우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을 끊었다.

칼국수나 짜장면은 라면만큼 자주 먹은 건 아니었지만 안 먹었다.

믹스커피도 물론 끊었다.


난 빵을 무척 좋아한다.

모든 빵을 먹는 건 아니고 식빵을 유독 좋아한다. 초기 한 달가량은 식빵도 안 먹었는데, 도저히, 식빵만은 견디기 힘들었다.

통밀로 만든 식빵을 찾고 비건 식빵을 먹어봤다. 이제는 식빵에 관한 한 크게 구애받지 않고 먹고 있다. 밀가루 중에서 유일하게 내 몸에 허락해주고 있는 건 식빵이다. (가끔 맘모스빵까지... 크흠.)


이게 다다.

굳이 추가한다면 과식을 자제했다.

배가 불러 배부른 소리 하는 상황을 경계했다.

어찌 보면 식습관에서 이게 더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걷기와 내가 먹어온 습관에 대한 약간의 변화가 100일 동안 내가 해온 것들이다.

물론, 약은 잘 먹었고.


공복혈당 176에서 현재는 7,80에서 110을 넘지 않고 있다.

식후 혈당까지 포함된 수치다.

근데 몸무게가 꽤 줄었다.

올해 2월 건강검진 시 72kg이었다.

현재 몸무게는 어제인 9월 1일 오전 8시에 잰 게 63.8kg이었다.

무려 8.2kg이 100일 만에 빠졌다.

걱정이 될 정도다.

이렇게 빠져도 되는 건지 2주 정도 후 병원 가면 물어봐야겠다.


2주 전 병원에서 잰 공복혈당은 108이었다. 당화혈색소 수치를 재기 위해 피검사하자고 할 줄 기대했는데 한 달치 약을 또 처방했다.

다음에 가면 꼭 피검사를 요청해보자 생각 중이다. 당화혈색소가 7.6에서 5대로 내려오면 정상 복귀이고 6대로만 내려와도 무지 좋은 결과다. 이제 2주 정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겠다.


술을 100일 동안 안 마셔보니까 어떠냐고?

뭐 그럭저럭 살 만하다.

삶이 좀 담백해진다.


내년 1월 건강검진받고 결과를 본 후, 금주를 계속할 것인지, 가끔이라도 마실 것인지 결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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