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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an 23. 2021

<아무튼, 방송작가>를 쓰면서 든 이런저런 생각

요즘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튼, 방송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방송작가를 하면서 경험한 일들, 느낀 것들을 써 내려가고 있긴 한데, 도대체 이런 글이 읽는 분들은 재미있는 거야? 읽을 만한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거야? 30년 가까이 되는 나의 방송작가 경험을 정리해보겠다고 밝혔으니까 쓰는 것 자체야 문제 될 건 없겠지만, 그러면 차라리 일기를 쓰는 게 나은 거 아냐?


그렇다. 잘 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걸 ‘슬럼프’라고 한다. 뭐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라서... 주로 언제 나타나는지도 익히 안다.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시작하고 대략 3일에서 일주일 언저리에 발생한다. 또한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이유도 안다. 상당한 기간 이런 글쓰기에 대해 생각한 건 맞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사실이다. 이 프로젝트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그럴 때마다 내가 취하는 행동은 몇 가지가 있다. ‘괜히 시작했어...’ 하며 접는다. ‘아냐, 최소 한 달은 해봐야 하는 거 아냐?’ 하며 며칠 더 해보는 것. 그리고 좌고우면 하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가는 것.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더 해보기로 했다.


내가 <아무튼, 방송작가>를 시작하고 평균 조회 수는 20~30이었다. 어떻게 찾고 타고 들어와 내 글에 접속이 되는가도 신기하긴 하다.


근데 며칠 전, 조회 수가 50,000을 넘었다. 깜짝 놀랐다. 뭔 일이 일어난 건가. 그런 무지막지한 조회 수를 찍은 글은 ‘피디가 개그맨을 때렸다’이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90년대 중반 무렵 강남의 한 술집에서 스태프들과 있었을 때 직접 목격했던 한 사건을 적었다. 그 사건의 시작과 끝이 10분 정도 됐으려나? 순식간에 일어났고 많이 취했었지만 2021년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만큼 강렬했기에 썼을 뿐인데, 당연히 주연을 담당했던 두 사람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처음엔 왜 그렇게 조회 수가 터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 평균 20~30명 정도만 들어오는 매거진이 5만 명 이상이 들어온 이유가 내가 글을 워낙 재미있게 써서 그런 건 아니었음은 잘 알고 있었다. 포털 다음을 자주 보기에 메인으로 브런치에 실린 글들이 대략 4개 정도가 걸리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마 내 글이?’ 하며 다음을 열어봤는데 없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브런치를 초기에 시작하고 탄탄한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조원용 건축사에게 물어봤다. 잠시 후, 그가 보내온 톡으로 진상은 규명됐다. ‘피디가 개그맨을 때렸다’가 다음(모바일)에서 꽤 여러 장 넘기다 보면 나오는 ‘직장IN’이라는 카테고리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렇지,였다.


아마도, 글의 제목 영향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제목만 봐서는 고리 골짝 9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은 제목으로 낚시질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생각을... 해볼까도 했지만 그런 마음은 안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모든 글의 제목에 시기를 넣어야 하니까. 거짓말하지 않으면 된 거다. 물론, 제목은 중요하다. 물론 또 하나. 5만 조회 수는 당연히 하루 천하였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구독자와 평균 조회 수 자체가 꽤 올랐다. 한 체급 상승이라고나 할까. 내가 방송을 하며 있었던 비슷한 유형의 일들이 또 뭐가 있었더라...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대단한 게 없는 것 같다. 아직은.


원래 이 글은 <일밤>을 함께 한 연예인들의 3부로 김국진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요즘의 솔직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그만, 한 회 분을 채워버렸다. 꺄아.


김국진은 <일밤>, <김국진의 여보세요?>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97년 내가 결혼할 때 두어 달 전에 부탁했던 사회 요청을 잊지 않고 와서 훌륭하게 봐줬다. 그런 친구에 대한 이런저런 기억을 꺼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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