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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민 Sep 04. 2020

파란 천막과 금빛 수염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뽑기집


겨울이면 생기던 동네의 스케이트장 옆 파란 천막 뽑기집

친구와 둘이 손 잡고 들어서면 풍겨오던 달큼한 냄새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 앞에 놓인 나무 탁자엔

줄을 지어 놓여있는 백 원짜리들

국자에 담긴 하얀 설탕이 검게 졸아들 때쯤

하얀 소다 가루를 넣으면

요술처럼 내 마음처럼 부풀어 오르던 뽑기

은빛 철판 위에 탁 쏟아 납작하게 누르고

여러 가지 모양 틀로 모양을 찍었지

뽑기가 굳을세라 얼른 손바닥으로 받으면

손바닥이 따끔할 정도로 뜨거웠지만

더 굳기 전에 손톱으로 톡톡 쳐서 모양을 뽑아야지

항상 조심했지만 대부분은 야속하게 부서져 버리던

그 뽑기

연탄불에 구우면 보글보글 부풀어오르던 어포

너무 달아서 혀가 아렸지만 그래도 꼭 먹게 되던 달고나

급한 마음에 얼른 한 입 먹다가 꼭 혀를 데던 나

어두워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가던 친구와 나는

입 주위에 몇 가닥씩 금빛 설탕 수염을 달고

엄마에겐 놀이터에서 놀다 왔다 하자며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끊임없이 낄낄 대던

어린 날의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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