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듯 닿지 않는

by 심연

우연이 인연이 되어,

우린 같은 자리에서 마주 보게 되었다.


늘 멀리서,

동경하며 바라만 보았던 사람.

마치 지구가 태양 주변을 맴도는 듯,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


나의 작은 한 걸음이

너에게는 큰 걸음이 될까 봐,

가느다란 줄을 놓칠까 두려워,


자라나는 새싹을

억지로 잘라내고, 밟았다.


그렇게

얇고 가늘게 이어졌던 줄이

어느 순간,

조금은 굵고 짧아졌다.


빠르지만 조심스럽게,

줄은 울타리 안을 향했고,

예상치 못하게 들어왔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 밖에 있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선 안에,

조용히 함께 서 있다.


격렬하게 요동치진 않지만,

잔잔한 물결이 밀려온다.


그 물결 속엔

설렘과 두려움이 고요히 실려 있다.


희망을 품는 건

기적처럼 느껴진다.


경험에서 비롯된 조심스러움은

그 희망을 매번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이번에도

그 어느 때보다 두텁고 커다란 벽 앞에

다시 서 있다.


벽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는 큰 행복을 느꼈는데,


나도 인간인지라,

이제는 그 벽을

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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