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설을 역설하며
나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단순히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끝낸다는 것—그건 어쩌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이고, 가장 의식적인 결단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것조차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 삶의 끝에서, 삶 그 자체를 끝내기로 결정하는 건, 역설적으로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려는 태도일 수 있다.
물론, 나는 어떤 자살이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건 ‘숭고한 자살’이다.
세상의 고통과 무게를 충분히 감내한 끝에,
삶에 대한 미련 없이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는 선택.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히 나아가는 태도.
그럴 때, 나는 그것을 완성, 혹은 해방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쩌면 그게 나에게 있어 인생의 최종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게 있다.
나는 자살을 ‘좋다’고 말한 적 없다.
다만 ‘나쁘게 보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다.
이 말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고통을 피하려는 자살은 숭고하지 않다.
그건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라, 수동적인 탈출에 가깝다.
삶의 무게를 직면하지 못한 채 그 짐을 내려놓는 행위.
삶과 죽음 사이에서 스스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건 내가 말하는 숭고함과는 다르다.
결국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삶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이어져 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으면서,
언젠가 죽음을 내 의지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날까지는 온전히 살아 있으려 한다.
내가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죽음을 미화하거나 낭만화하려는 게 아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로 삼고 싶었다.